더 이상 완역본을 구해볼 수 없어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고 감히 말하자면, 소득을 오로지 생산성의 문제로만 설명하는 리카도의 이론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케인스의 정확한 지적처럼 '상품은 스스로의 수요를 찾는다'는 가정을 과신한 탓에, '그' 멜서스가 가졌던 현실감각조차 읽어내기 어렵다. 리카도는 마치 세상을 기계로 착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고장도 나지 않고 수리도 필요 없는, 완벽하면서도 자동화된 기계. 그러면서도 기계가 산업(정확히는 고용)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마치 별개의 존재처럼 다룬다는 점은 아예 논외로 치더라도, 자본가의 이윤을 소비자의 이익과 동일시하는 결론에 동의할 이유는 전혀 없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중요한 통찰을 하나 엿볼 수 있다. 중상주의자와 그에 이은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이 오랫동안 믿어왔던 바와는 달리, 성장의 혜택이 만인에게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리카도는 인식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패배해야만 했다. 시장은 모두가 함께 승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성장을 통해 패배의 순간을 유예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는 고전파 경제학이 왜 그토록 성장에 매달려야만 했는지, 왜 그토록 낙관론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참고서이다. 사람들 사이의 협력으로써의 분업, 가난한 이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가치 등을 고민하고자 했던 아담 스미스의 노력이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게 좀 안타까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