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시작이자 중세의 끝. 에우로페(EUROPE)이면서도 유럽(EUROPE)은 될 수 없었던 나라.

비잔티움은 여러모로 특별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로마의 유산을 이어받아 서유럽의 상업정신을 이끈 매개체였으며, 기독교의 중심축 중의 하나인 동시에 이슬람과 만나는 관문이었다. 또한 르네상스에 영감을 부여한 그리스 문명의 적장자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한동안 유럽에서는 이방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비잔티움"은 눈이 즐거운 책이다. 주디스 헤린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잔티움"의 다채로운 색채를 펼쳐나간다. 성 소피아 성당의 웅장함을 둘러보고, 자주색 궁정의 이야기들과 콘스탄티노플과 니케아, 트레비존드 등의 여러 도시들을 열심히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느샌가 1453년의 마지막으로 자연스레 향하게 된다.

어찌보면 일관성이라고는 없는 모순투성이의 비잔티움에서 주디스 헤린은 관용을 발견해낸다. 유럽과 이슬람, 거기에 더해 슬라브의 거센 도전에 비잔티움은 언제나 함께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려 했으며, 덕분에 성스러우면서도 세속적인, 독특한 문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약간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어있기는 하지만 비단 비잔티움의 역사 뿐만 아니라, 중세의 미술과 공예, 문학, 더 나아가 유럽의 중세를 처음 맛보기에는 썩 나쁘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