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조 소유권이란 각 시민이 법으로 그에게 보장된 몫의 재산을 향유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권리이다.
제10조 소유권은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의무에 의해 제한된다.
제11조 소유권은 우리 동포들의 안전, 자유, 생존, 재산을 해칠 수 없다.
제12조 이 원칙을 침해하는 모든 소유, 모든 거래는 본질적으로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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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조 … 사회는 노동으로 생활하는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과 가족의 생활을 해치지 않으면서, 법이 출석을 요구하는 회의들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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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조 압제에 대한 저항을 법률적 형식에 종속시키는 것은 전제정에 대한 최종적인 장식이다. … 민중이 선량하고 관리들이 타락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 모든 제도는 사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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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조 모든 나라의 사람들은 형제이고, 여러 민족들은 한 국가의 시민들처럼 힘이 닿는 대로 서로 도와야 한다.
제34조 한 국가의 국민을 억압하는 자는 모든 국가의 국민들의 적으로 선언된다.
제35조 자유의 진보를 방해하고 인간의 권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한 민족에게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은 예사로운 적이 아니라 살인자이자 반도로 기소되어야 한다.
제36조 왕들, 특권층, 독재자들은 누구든 지상의 주권자인 인류와 우주의 입법자인 자연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이다.
- 장 마생 지음, 양희영 옮김,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 '3부 공화국의 탄생' , 로베스피에르가 작성한 36개조 인권선언의 초안 중 1793년의 헌법에서 삭제된 조항들, p.401-403


프랑스대혁명의 생경한 풍경.

긴 인용이었지만, 장 마생의 요약을 그대로 담아올 수 없어 오히려 아쉽기만 하다.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다. 혁명의 숨가쁜 순간들 중에서도 특히나 초반의 5년 여, 1789년의 혁명부터 1784년의 반동 쿠데타까지의 시간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에 가깝다.

파리라는 도시는 혁명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를 되살피는 서론을 조금만 변형해보자면, 왜 당시 거리로 터져나왔던 수많은 목소리들은 궁중의 이름들이나 스캔들만큼도 기억되지 못하는가, 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는 마리 앙투와네트의 '가련한 혹은 화려한' 삶만큼도 이야기되지 못하는가, 그리고 들끓어올랐던 혁명의 생명력은 왜 그토록 허무하게 식어버렸던 것일까, "로베스피에르, 혁명의 탄생"은 너무나 쉽게 지나쳐버렸던 역사적 사실에 여러 가지 의문부호들을 붙여놓는다.

장 마생에게 프랑스대혁명은 원인과 과정, 결과, 평가, 의의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단일한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오랫동안 이어져왔던 관습, 통념 혹은 습관과의 힘겨운 다툼이었고, 새로운 질서의 구축을 위해 무수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졌던 시간이었으며, 지향점과 현실의 문제들 사이에서 저마다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교차하기도 했다.

프랑스대혁명은 아마도 인류사에 있어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중요하게 언급되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 마생의 생생한 필치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의 지식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가를 때닫게 된다. 당시 파리의 거리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모여,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어떻게 길을 찾고자 했는가. 장 마생은 현재의 파리에서 완전히 잊혀져버린 로베스피에르라는 인물을 통해, 한 때 거리를 가득 메웠던 혁명가들과 민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