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의 질문.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 사회주의는 실현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민주주의가 반드시 추구해야하는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러시아혁명과 제1차세계대전, 제국들의 해체와 잇따른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갑작스레 불어닥친 경제공황과 파시즘의 등장, 또 다른 전쟁, 현실 안에서 변질되어가던 이상들... 이렇게 극심한 혼란에 빠진 20세기의 전반기를 살아갔던 슘페터는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를 통해 그의 관찰을 세 가지의 질문으로 요약해낸다.

우선 자본주의.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절대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상당한 공헌을 했으며, 흔히 자본주의의 위기로 언급되는 불황이나 공황조차도 단순히 호황의 조정국면에 불과할 뿐 그 근간을 뒤흔들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진정한 위기가 되리라 전망한다. 자본주의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진보를 이루어온 체계이고, 따라서 기업가들이 이미 이룩해낸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다시 말해 혁신을 멈추는 순간, 위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즉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바로 그 논리로 인해 자본주의 자체가 혁신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사회주의. 1942년 전쟁이 한창이었던 당시, 러시아에 대한 슘페터의 시각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더 이상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교조주의에 빠져들어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에 진행되던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하리라 예견했지만, 그렇다고 사회주의가 실현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다고는 생각치 않았다.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그에 걸맞는 사회적 성숙부터 필요하며, 일단 점진적인 국유화로부터 그 해답을 찾는다. 1) 은행, 2) 보험, 3) 철도 및 운송, 4) 광업, 5) 전력, 6) 철강, 7) 건축 등 우선 이러한 7가지 부분부터 시작해서 점차 공공의 영역을 넓혀가는 쪽으로 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슘페터는 민주주의가 그 자체로 추구해야 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란 (당연하게도) 제도의 한 가지이며, 따라서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1) 정치인의 자질, 2) 정치적 결정의 범위 제한, 3) 권위주의로부터 자유로운 합리적인 관료제, 4) 그러한 관료제에 걸맞는 관료의 자질 등과 같은 여러 종류의 안전장치 내지는 선결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나치의 등장이 민주주의의 실패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떠올려보면 좋겠다. 다수결의 취약성과 거의 그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다수당의 횡포, 제한적이고도 불순한 정보로 인한 여론의 왜곡이나 정치적 선전 등 슘페터는 이처럼 권력을 향한 경쟁이라는 정치의 본질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라는 '제도' 역시 실패를 피할 수 없으리라고 보았다.

경제학자들은 더 이상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기술적인 해답들을 주는 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경제학자들은 인류에게 그의 투쟁에 숨겨진 의미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정치"는 원리에 관한 연구에서 사상될 수 있거나 사상되어야 할 독립적인 요인이 더 이상 아니다. 또 정치가 개입할 때 정치는 각자의 선호에 따라 엔지니어의 눈을 피해 심술궂게 기계를 만지작거리는 장난꾸러기 소년의 역할을 담당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경의를 표해서 "정치가"로 불리는 포유동물의 의심쩍은 종자의 알 듯하기도 하고 모를 듯하기도 한 지식에 의거하여 신통력을 담당하는 독립적 요인이 더 이상 아니다. 물론 아니다. 정치 자체는 경제과정의 구조와 상태에 의해서 결정되며, 경제이론의 영역 안에서 어떤 매매거래와 꼭 마찬가지로 영향의 전도체가 된다.
- 조지프 슘페터 지음, 변상진 옮김,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제1부 마르크스 학설, 제4장 스승 마르크스', p. 127

슘페터의 생각에는 상당히 곱씹을만한 지점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고찰은 바로 정치와 경제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정치이건, 경제이건, 문화이건, 사상이건, 과학이건, 예술이건, 사회의 각 부분들을 마치 칼로 두부 자르듯 딱딱 구분지을 수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좋겠다. 정치는 경제에, 경제는 정치에 영향을 끼친다. 원하건 그렇지 않건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 모두가 결국 인간의, 내 삶의 환경을 이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