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의 반항심 넘치는 청년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는 정도?

'우리는 미국인이다'라는 자긍심은 헐리우드 영화라면 정도의 차이일 뿐이니, 굳이 더 따지고 들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렇게 비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담아낼 수 있는 그 신념이라는 게 다소 놀랍기는 하다.

우리는 위대한 역사를 일구어왔고, 또 앞으로든 어떻게든 이겨나가게 될 거야, 인간에 대한 선의를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으니까, 역사의 진보를 믿어, 라며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쎄.

노예제의 폐지만 따지고 보면 미국이 오히려 시대적으로 늦은 편이라는 것도 굳이 지적하지 않겠다. 그가 예전에 만들었던 "아미스타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보는 내내 오바마의 재선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도 안타깝고, 정치인들, 그리 나쁜 사람 아니야라며, 20세기 전반에 걸친, 특히나 중반에 격렬했던 그 인권운동을 슬그머니 링컨 안에 끼워넣으면서까지 긍정의 메세지를 담아내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그저 애절할 뿐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게 미국이다'라는 것. 미술상과 남우주연상만을 안겨준 걸 보니 아카데미도 조금 낯이 뜨겁긴 했었나보다. 반항심 넘치던 청년이 선량한 노신사로 변했다는 것만 표정을 숨기곤 슬쩍 인정해준 셈.

여기까지만. 흥행과 수상, 어느 쪽으로도 성공적이지 못했으니까.



사족.
수단과 결과라는 교과서적 방식으로 이 영화를 해석하려는 시도에는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합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미국의 근간을 이루는 프론티어 정신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결과주의로 수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