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그 하나의 단어밖에는 떠오르지가 않는다. "에반게리온 : Q"는 완전히 다르다. 원작은 둘째치고, "서"와 "파"로부터 이어지는 연속물로써도 맞닿는 구석이 없다.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가져다주었던 이질감과 절망,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대에 올렸던 안도 히데아키 특유의 감각이 다시금 꿈틀거린다.

이전의 극장판에서 잠시나마 보여주었던 뜻밖의 친밀감과 친절함은 잊어도 좋다. 세컨드 임팩트의 설정과 네르프의 붕괴만을 제외하곤, TV판의 20편부터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까지도 역시 전부 잊어버리는 편이 좋겠다. 심지어는 "파"에서의 예고편마저도 잊어야 한다. 기억 속의 연결성을 찾아헤매다보면, 분명, 머리 속이 하얗게 떠버린 채 그저 멍하게 화면을 쳐다보게 될지도 모른다.

'You Can (Not) Redo.'

아직 소화불량에 걸린 상태라 어떻게 결론짓기가 조심스럽지만, "에반게리온 : Q"는 최고 혹은 최악, 양 극단의 평가로 갈라지게 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 노력하는 것만 같았던 "서"와 "파"에서의 태도에서 완전히 돌변해서는, 어떤 구구절절한 사연, 설명, 더러는 악취미조차도 "Q"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You Can (Not) Redo'라는 부제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내용이나 전개, 무엇 하나 원작과 맞닿아 있지 않으면서도, 어찌보면 신극장판 중에서 가장 원작과 맞닿아있는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들.

섣부른 결론 하나. 신지는 여전히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섣부른 질문 하나. 안노 히데아키는 왜 서드 임팩트 이후를 배경으로 했을까.

생각해보니 또 하나 더. 네르프, 에반게리온의 시작과 끝. 성경의 창세기와 계시록을 잇는 상징들은 여전히 중요한 포인트. 이번에는 방주도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