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선, 너무너무 따뜻하고 겸허한 시선.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쩜 저렇게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지, 보는 내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지닌 시선이 더욱 부러운 작품이었다.

그는 관객들을 "늑대아이"의 주인공으로 만들려 한다. 때로는 어머니 하나의 시선으로, 또 때로는 딸인 유키의, 또 때로는 아들 우메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해가며 이건 당신의 이야기예요라는 속삭임을 멈추지 않는다. 담담한 어조와 절제된 감정, 매끄러우면서도 재기 넘치는 극적 생략 등, "늑대아이"에서는 인간의 따뜻함을 일깨우려는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작품을 여는 한 마디가 오히려 깊숙이 머릿속에 남는다. "동화 속 이야기같다고 비웃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신기한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엔딩곡이 끝나고 "늑대아이" 속의 나에서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오는 순간이, 그래서 더욱 쓰라리고 아프기만 하다. 그의 따뜻한 시선 안에서도 완전히 따뜻해지지는 못한 도시의 차가움은 상영시간의 끝과 함께 이 애니메이션을 동화로써 돌려놓고야 만다.

세상의 부모들에게, 혹은 부모가 되려는 모든 사람들이 꼭 봐야만 하는 그런 작품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때로는 냉소보다도 따뜻함이 더욱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늑대아이"의 화자가 딸 유키로 설정되어있다는 건 감독의 자그마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