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을 보는 느낌, 어쩌면 책이었다면 더욱 좋았을만한 작품.

매일 밤을 위해 그녀들은 준비를 한다. 한 점의 티조차 찾아볼 수 없게 준비된 그녀들은 웃음을, 연기를, 밤새도록 이어간다. 남성들의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그녀들, 남성들의 불만은 그녀의 빚이 되어버린다. 그녀들은 모든 남성들에게 사랑과 예찬을 받는다. 하지만 어떤 남자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

1899년 프랑스 파리의 고급매음굴이라는 배경이 지닌 퇴폐적 분위기, 고전적인 관능과 느긋한 호흡, 아름답고 비밀스런 여성들. 유사 이래로 가장 오래된 직업, 온갖 역사적 굴곡에도 언제나 있었던 그녀들의 이야기.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관용의 집"은 밤을 위해 존재하는 여성들의 일상과 소소한 대화, 우정과 절망,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아른거린다. 하나의 화면에서 두 개, 세 개, 네 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금 합쳐지곤 하는 화면처럼, 그녀들의 이야기는 나누어졌다 합쳐지길 반복하다 결국엔 하나의 결말로 모아지게 된다.

마치 꿈을 꾸는 듯 혹은 책을 읽는 듯, 몽환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재에서 연상할 수 있는 클리쉐들의 총합을 보는 것만 같은 상투성과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단순간에 깨어버리는 음악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탐미의 절정에서 갑작스러운 현실의 세계로 이어지는 엔딩부에선 감독의 강한 의도성이 느껴져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어쩌면 책을 영화로 그대로 바꾸어놓은 것만 같은 충실함에서 오는 아쉬움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