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장하준 교수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인간은 오로지 자신의 이기심만을 위해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이 책은 경제학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어려운 수식이나 도표, 이론을 과감히 생략해버린다. 그렇다고 어떤 하나의 경제적 현상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이해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함께 담소를 나누듯 친근한 어투로 돈이나 자본주의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출발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다보면 자연스레 과연 경제, 혹은 경제학이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진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위들. 그런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에서 사람들 저마다가 품고 있는 가치관이나 믿음이 스며들어 있는 건 아닐까. 어느 시간에, 어느 곳에서 살고 있느냐라는 저마다 처해있는 천차만별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과연 이런 일상적인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역시나 이런 일상적인 행위에서 인간의 가치나 도덕, 윤리를 제거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혹은 경제적 인간이 진정 인간 그 자체로써의 인간보다도 앞서 존재할 수가 있는 것일까.

"어떤 책도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아주 자유롭지 않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 자체도 하나의 정치적 태도이다"라는 조지 오웰의 말은 예술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