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여유로웠어야 할 9월의 일요일. 모두가 손에 손을 잡고 선선해진 날씨를 즐기며 소풍을 떠났을 무렵, 날씨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대한 건물을 향해 마실을 떠났다. 국내외의 유수의 갤러리에서 쏟아들어온 5000여점의 작품들로 빽빽하게 메워진 KIAF2011은 어떤 한 마디로 요약불가능한,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정말 어찌나 빽빽히 채워놨던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는 작품의 폭격.

충분한 마음과 체력의 준비를 순식간에 허물어트려버린 방대한 양 앞에서 재미있게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상대적으로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던 미디어아트 및 설치 전 "Art Flash"였다. 정말 직접 보지 않으면 그 느낌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진기종 작가의 '4 GOT'이나 이은숙 작가의 'Vanished Berlin Wall', 이상현 작가의 'Days of Flowers and Butterfly'을 비롯, 그리고 전시장에서의 기억에 비해선 아쉽지만 어쨌든 반가운 정연두 작가의 'Hanging Garden' 등 오히려 많지 않아 기억에 남는 구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본격적인 디스플레이가 펼쳐졌던 본전시장의 개인적인 인상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좁은 공간 사이사이에서 한껏 미소지으며, 혹은 매서운 눈빛으로 사진을 찍던 사람들, 눈을 돌릴 때마다 등장했던 줄리언 오피와 물방울 그림의 김창렬 작가, 중간중간 지친 표정으로 앉아 쉬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모든 작품을 다 보겠어라는 처음의 각오 와는 달리 어느샌가 길을 잃어버린 정처없는 방황.




아마도 KIAF2011에서 얻은 가장 큰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단연 도록(-_-;)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발걸음에 얼마나 건성건성 전시장을 지나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말 제값 이상을 해내는 두꺼운 분량이 만족스러웠달까. 게.다.가, 함께 딸려나오는 가방이 의외로 무척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머스트해브 레어 아이템이었다. 돌아오는 길의 불편한 마음을 충분히 달래어 줄 수 있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