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속초로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있다. "스틸 라이프"는 정류소에서 내리자마자 눈 앞을 막아섰던 도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온갖 철조건물들로 끝도 없이 이어지던 네온사인의 불빛들. 휴식을 바라던 마음을 가볍게 배신하는 도시의 첫인상은 그대로 발걸음을 다시금 집으로 돌리게 만들었었다. 아마도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조금씩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 흥미를 잃어갔던 게 말이다.

"스틸 라이프" 역시 두 사람의 여행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지로 멀리 떠난 배우자를 찾아 나선 두 사람의 여행. 초라하기만 한 그들은 여행길에서 스스로가 지워지는 풍경을 본다. 수몰될 예정에 있는 마을에서 떠나지도 못한 채 남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그저 자기 일에 바빠 모른 척 옆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여행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확히 여행을 통해 버리려고 했던 것, 바로 그것 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삶으로부터 휴식을 바라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배신과 만나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틸 라이프"의 두 여행자가 용서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게 아닐까.

담배, 술, 차, 그리고 사탕. 살아있기에 여전히 삶 속에 있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