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Giai-Miniet, Zone de concentration
출처 : http://www.marc-giai-mini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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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프랑스 트라프Trappes 출생의 화가이자 조각가.


"엄마예요?Are you my mummy?" - 닥터후 시즌1 에피소드 9, 10

한창 제2차세계대전의 공습이 한창이던 런던으로 여행을 떠났던 영국드라마 "닥터후"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거리에서 어른들은 사라져버렸다. 군대에 합류하거나 피난을 가거나, 혹은 폭격으로 유명을 달리한 어른들로 텅 빈 거리에는 아이들만이 남겨져있다. 무너져 버린 건물들로 황폐한 도시에서 방독면을 쓴 한 아이가 엄마를 찾아다닌다.

마르크 지에 미니에의 작업들에선 꼭 이와 같은 우울감과 두려움을 엿볼 수 있다. 마치 바깥세상의 공기가 치명적인 독성을 지니기라도 한 듯, 그의 화폭은 꼭 이런 방독면을 쓴 채 세상으로부터 추방당한 듯한 인상을 준다. "심장의 직각도와 측정도Equerrage et mesure du coeur"에서 의자에 홀로 앉은 인형들은 직각의 자로 자신의 심장을 재며 마음을 잃어가는 것만 같고, "거대한 원Le grand cercle" 안을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천사들은 아무래도 사각의 원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보인다.

어쩌면 그는 사각의 "박스Boites" 안에 담긴 인간의 마음을 찾아내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다. 마르크 지에 미니에는 박스 안에서 인형의 집을 발견해낸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인형의 집은 여느 인형의 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바비인형이 꿈꿀만한 드레스나 샹들리에는 나오지 않는다. 자그마한 집은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책장으로 둘러쌓여 있고, 변기가 보일러 등은 오래된 누런 때로 잔뜩 변색되어 있다.

그는 한층 한층 계단을 내려가며 결코 자랑스럽지 않을 지하실의 어둠을 만나게 된다. 과연 그가 박스 안에서 발견한 어둠이 어떤 모양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건 책으로 상징되는 이성의 어둠일수도, 아니면 깨끗한 직선으로 막혀버린 인간성의 어둠일수도, 그도 아니면 지하실로 추방당한 어린아이의 마음일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이것 뿐이다. 보일러는 온기를 내뿜는 차가운 쇳덩이라는 것이다.

"포터 군, 여기는 학교예요. 현실 세계가 아니에요."
엄브릿지 교수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로 나갈 준비를 하지 말라는 건가요?"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포터 군."
-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권" '제12장 엄브릿지 교수', 문학수첩

아마도 마르크 지에 미니에의 작업들은 기괴한 환상으로 가득한 판타지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그 역시도 그의 작업이 환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길 바랄 것 같다. 하지만 판타지가 인기를 얻는 건, 환상이 현실 세계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기에, 사실상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 쉽게 현실 세계에 덧씌워지기 때문은 아닐까. 제2차세계대전은 이미 끝난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현실 세계로부터 추방되어 외로움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