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예상 밖의 씁쓸함을 주었던 애니메이션.

프랑스인 마술사의 실직여행기(...)라고 말하면 너무 우울하게 들릴 것만 같다. 자크 타티와 실뱅 쇼메의 합작으로 일구어진 "일루셔니스트"는 미소 안의 애환이 담겨있다. 말 그대로 왕년에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만큼의 사랑과 환호를 받았었을 마술사. 하지만 세월의 힘 앞에서는 그저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나 드문드문 찾는 외로운 존재에 불과하다.

자신을 소개하는 포스터 한 장을 무기로 조금이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무대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 반항적인 토끼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마술사는 그런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는 소녀 앨리스를 만나게 되고, 변화를 원하는 도시에서 밀려나기만 하던 발걸음을 다시금 돌릴만한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가 머무를 수 있을 장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이어가지만...

실뱅 쇼메 감독의 전작 "벨빌 랑데뷰"에서도 그랬던 과거에 대한 향수로 가득한 화면은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끔 한다. 과거를 놓아보내준다는 것. 이제는 늙어버린 자신을 인정한다는 것. "일루셔니스트"의 여정은 꿈과 환상을 지우기 위한 여행인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