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성급하긴 하지만, 올해 "선물 가게를 지나는 출구"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만 같다. 얼굴 없는 예술가, 그러면서도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뱅크시의 영화는, 그의 명성에 조금도 손색이 없을만큼 유쾌하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거리의 예술가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도 물론 좋았다. 미술관에 걸린 명화들 사이에 몰래몰래 자신의 작품들을 걸어놓고 다니거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웨스트뱅크에서 목숨을 걸고 작업을 했던 유명한 일화들은 물론이고, 무려 디즈니랜드에서 관타나모 감옥을 재현한 뱅크시의 기민한 작전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 작품 최고의 백미는 역시 두 번의 '6개월 후'가 주는 반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록 후드티의 깜깜한 그림자 속에 얼굴을 감추기는 했지만, 어둠 속에서 그가 짓고 있을 썩소가 훤히 보이는듯 했다고나 할까. 마치 거리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작업을 해나가는지를 소개하는 듯 하던 영상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변해버리는데에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함마저 느껴야만 했다.

이 작품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뱅크시가 전하는 마지막 전언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다.

전 항상 예술을 하려는 모든 사람을 격려해왔고, 또 모든 사람이 예술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왔죠. 하지만 더 이상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I mean, I always used to encourage everyone I met to make art or I used to think that everyone should do it. I don't really do that so much anymore.

뱅크시가 왜 굳이 영화까지 만들어야만 했을지 궁금하다면, 아니, 세계적인 예술가가 가져왔던 신념마저 흔들어놓는 만남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면, "선물 가게를 지나는 출구"는 최고의 선택,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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