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다시 채워지는 바르셀로나의 풍경에 대한 담담한 기록.

"공사 중 (En construccion, 2001)" 호세 루이스 게린은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다. 당장 새로 살 곳을 찾아봐야만 한다는 막막함을 지닌 철거민의 모습도, 매일마다 재촉받는 공사로 잔뜩 불만을 떨어놓으며 밤샘작업을 이어가는 인부들의 모습도, 새 건물이 들어서는 모습은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주변 이웃들의 모습도, 공사를 계획하고 또 새로운 입주민들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시공자의 모습도, 그리고 새로운 집을 어떻게 단장할까 잔뜩 설레여하는 새로운 입주민들의 모습도, 호세 루이스 게린은 하나의 건물이 사라지고 들어서는 풍경 안에서 어느 하나라도 놓칠까 1년 반이라는 공사기간을 온전하게 기록해놓는다.


새로운 유적의 발굴로 지연되던 공사장을 비추던 장면은 감독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인상적으로 담아낸 장면이었던 것 같다. 기계의 소음과 인부들의 손길이 잠시나마 멈추어진 장소에서 그는 바라본다. 뜻밖의 휴식을 반가워하는 인부들의 모습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들의 모습들. 공사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자신들만의 아지트로 바꾸어버린 아이들의 모습들. 또 한 편으론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촉박한 시간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아마도 그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바라고 또 강요하려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서로를 마주보는 대화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