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페레다의 "골리앗의 여름(Summer of Goliath, 2010)"은 갑갑하다. 비록 이 작품을 극사실주의적 작품으로 분류할 수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티앙 문쥬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페드로 코스타의 작품들이 그랬던 것처럼, 극사실주의 영화가 지닌 특유의 억눌림이 화면에서 결코 떠나지도 않는다.

멕시코의 외딴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삶. 이를 따라가는 카메라의 시선은 그저 무관심하기만 하다. 방문판매로 생계를 이어가려는 할머니의 발걸음은 길에서 흔히 마주치곤 하는 전단지들에 대한 불쾌감과 그리 다를 게 없다. 딱히 교육을 받지도, 이렇다 할 꿈이나 하고 싶은 일도 없는 큰 아들은 그저 군복을 입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며 시간을 보낼 뿐이다. 아직은 어린 아이에 불과한 작은 아들 역시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삶에 대한 패배감으로 가득한 노인의 표정으로 길을 배회하는 건 이 가족에게 오래 전에 찍힌 운명의 낙인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어머니. 지독한 무관심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삶을 헤쳐나가려는 몸짓을 멈출 줄 모르던 어머니. 팔리지도 않는 옷꾸러미가 마치 마지막 남은 희망이라도 되는 듯 차마 버리지도 못하던 모습은 아마도 이 갑갑한 영화에서도 가장 갑갑했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차마 맘껏 소리내어 울 수조차 없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