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악랄하다.

어찌나 자학적인지 읽는 이까지 사디스트로 만들어버린다. 자학적인 주제에 또 탐미적이기까지 하다. 최근 몇 해동안 읽은 책 중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절세의 미녀와 사상 최악의 추남 간의 사랑(?)이야기이면서도, 꿈과 환상 따위는...

주인공 에피판을 묘사하는 수식어들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못생긴데다가 뻔뻔스럽다. 까칠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친절한 구석도 있다. 동화적인 환상을 아주 잔인할 정도로 산산히 깨버리면서도, 또 어디서도 보기 힘들 정도의 로맨틱한 연애편지이기도 하다.

이 한 권으로 아멜리 노통브의 팬이 되어버렸다. 팬의 존재를 신랄하게 비웃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왕이면 사디스트보단 마조키스트가 되고 싶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