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는 순간, 제목의 탁월함을 깨닫게 된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진정코 회의주의자이다. 담담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한 남자의 불륜행각에 불과한 이야기를, 유대인의,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굴레로 재치있게 담아내려한다.


세상살이는 도무지 설명이 되질 않는다.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들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부모님의 삶이 더없이 지루하고 답답해보이면서도, 또 그렇게나 확고하게 살아가는 모습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도 그래서인지 설명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이해가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삶의 애환과 부조리를 우스꽝스럽고 슬프게 이야기한다.

그는 시종일관 유대인을 말하면서도 결국엔 하나의 개인에 지나지 않는 무력한 보편적 인간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유대인이건, 나치이건, 러시아인이건, 백인이건, 한 사람은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어느 순간에도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마땅한 사랑은 자기변명이 되어,
스스로를 속박지우는 굴레가 되어, 지성을 마비시키고, 절망을 비웃으며, 자기보호와 자기파괴 사이를 전전케 한다. 그래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는 진정코 회의주의자이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다. 결론이 없기에, 어쩌면 다행스럽게도, 희망은 영원한 유예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