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작 영화 <렌트>. 동명의 뮤지컬에서 출연했던 초창기 멤버들을 다시 불러들이며 꽤나 화제를 모았더랬다.

글쎄 개봉 당시에 보았어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웰메이드다. 만듦새가 괜찮은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음악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감동은 없었다. 그냥 괜찮은 정도였다. 유명세를 따지자면 이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기본적으로는 오페라 <라보엠>의 골격에 토니 쿠쉬너의 살갗을 입혔다는 느낌이었다. 동성애라는 소재, 현실반영적인 인물들, 그리고 특히나 엔젤이라는 이름이 주는 분위기 등, 다양한 측면에서 "Angels in America"가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식 가치들의 저열성을 철저하게 폭로하고자 했던 토니 쿠쉬너와는 달리... 이 영화는 내내 사랑을 이야기한다. 궁극적으로나 원칙적으로야 동의하지 못할 게 없다. 맞다. 사랑이 해답이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도? 글쎄... 아리엘 도르프만의 통렬한 문화비평과 아멜리 노통브의 신랄한 조소를 겪은 직후의 <렌트>는 맥빠진 정답을 보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크리스마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따뜻한 사랑을 속삭이는 날이어야만 한다는 작가의 의지라고도 할 수 있겠다.

종이를 불태우는 첫 장면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이름으로>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꺾이지 않는 한 인간의 의지로 감동을 주었던 비슷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거의 똑같은 장면임에도 <렌트>에서 받은 느낌은 어찌되었든 견딜만한 현실 안에서 약간의 저항을 꿈꾸는 듯한 인상이었달까.

결론적으로 영화 <렌트>는 조금은 불만스럽지만, 지쳐있을 때 바라게 되는 잠깐의 도피처와 같다. 무엇보다도 풍부한 음색을 지닌 음악이 있으니. 하긴 모든 게 심각하기만 한 것도 문제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