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던 아빠는 딸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는 딸의 인생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곤, 거의 20여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단 한시도 캠코더를 놓을 줄 모른다. 어느새 훌쩍 자란 딸이 대학기숙사로 떠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뿐. 아버지는 조급한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더 딸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하지만, 성인이 된 딸은 예전처럼 녹록하지만은 않다. 어릴 땐 자기를 찍어줘서 너무 좋다고 그러더니, 이젠 피곤하다고 제발 좀 그만두라며 짜증을 낸다. 아빠는 그런 딸에게 서운하지만, 또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하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은 어디라도 다르지 않은 것인지, <딸에게 보내는 편지 (The Kids Grow Up, 2009)>는 영화감독의 구구절절한 딸사랑이 물씬 풍겨난다. 감독은 교묘한 편집으로 어릴 땐 이랬는데라며 곳곳에서 투정을 부리면서도, 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가 왜 그렇게 촬영에 집착하는지 자문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갑작스레 우울증에 빠진 아내와 어느 날 발견한 소리없는 영상은, 먼훗날 다시 찾아볼 기록보다도 다시는 함께 나누지 못할 현재의 대화가 어쩌면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캠코더를 끈 아빠는 더 이상 딸을 카메라렌즈를 통해 바라보지 않는다. 그건 지나가버린 순간을 화면 속에서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