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응시. 정유사업이 악명높은 공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익히 알려져있지만, <페트로폴리스 (Petropolis: Aerial Perspectives on the Alberta Tar Sands, 2009)>가 드러내는 침묵 앞에서는 할 말마저 잃게 된다. 광활한 대지를 뚫고 거대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나다 앨버타주의 한 정유공장. 한 때 나무로 가득하던 숲은 온데간데 없고, 풀 한 포기 나지 않을만한 황량함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마치 음울한 미래영화처럼 흘러나오는 기계음은 기름기로 잔뜩 엉겨진 오폐수의 호수 위로 무미건조한 분노를 쏟아내는 것만 같다. 긴 침묵 뒤로 마침내 입을 여는 한 마디의 질문이 소름을 일으킨다. "그래서,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