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 바네사 비크로프트(Vanessa Beecroft)의 작품을 보고온 한 지인은 세계적인 스타에 약한 국내문화에 대해 일장연설을 털어놓았다. 장황한 연설의 골자는 결국 그녀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녀를 초청한 미술관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여전히 좋은 예술이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바네사 비크로프트가 참 논란의 여지가 많은 예술가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전위적인 집단누드 퍼포먼스 VB시리즈는 서양의 시선에서도 상당한 충격인 듯 하다.

그녀가 수단에서 만난 쌍둥이를 입양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 <예술가와 수단 쌍둥이(The Art Star and the Sudanese Twins, 2008)> 또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작품이다. 피에트라 브렛켈리(Pietra Brettkelly) 감독은 바네사 비크로프트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하며 보여준다. 따뜻하고 온정적이지만 고집스런. 한 가지에 몰두하며 빠져나오지 못하는 편집증. 신경질적이고 주변사람들에게 가혹한. 대책없이 일을 벌리고 수습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예민하고도 꼼꼼한 완벽주의자. 마치 하나의 해프닝(Happening)처럼 마무리되는 엔딩을 다행이라 해야할지, 씁쓸하다고 해야할지 애매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