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참 많은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라서 그런지, TV나 인터넷 등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몸에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을 열심히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11살 소년 톰과 그의 어머니만큼 건강제일주의를 가진 사람은 아마 드물지 않을까? 고기나 튀긴 것은 물론이고, 구운 것도, 심지어는 삶은 것조차도 먹지 않는 까탈스러운 생식주의자 톰을 보고 있자면, 좀처럼 건강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자신의 삶에 반성을 하게 된다.

하지만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건강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닌 톰의 어머니와 이리저리 가리면서 오래사느니 차라리 즐기고 빨리 죽겠다는 할머니 간의 사소한 말다툼에선 스크린으로 뛰어들어가 할머니를 변호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아무리 좋다고는 해도 단순한 권유를 넘어 강요에 가까운 어머니의 어조는 다소 위험해보인다. 음식에 관한 참 맛없는 영화 <톰의 특별한 입맛(Surviving in NL: Raw, 2008)>에서 아넬로크 솔라르트(Anneloek Sollart) 감독이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개인의 기호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타인의 취향. 속좁은 어른들 머리 위로 포용력 넓은 어린이들이 뛰어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