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여름, 아마 이 여름을 잊지 못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을 것 같다. 쉴새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각종 악재들은 올림픽의 열기를 냉랭하게 식히며 삶을 위협했다. 그리고 쓰촨성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삶의 흔적을, 때로는 목숨까지 앗아가버렸다. 그리고 1년. <재앙 그 후(劫後; After the Disaster, 2009)>는 상당히 정제되지 않은 사적인 시선으로 재건이 한창 진행 중인 쓰촨성의 한 마을을 찾아간다. 한 별난 가족의 삶. 아무렇지 않은 듯 살고는 있지만 씁쓸한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들. 평생을 살아온 집을 차마 보낼 수 없는 할머니, 그리고 애써 지난 아픔을 잊어버리고만 싶은 아들, 어찌되든 살아가려는 의지를 지닌 며느리. 추억에 대한 집착, 새로운 삶을 위한 힘겨운 발걸음, 서로를 위로하는 농담, 그리고 몰이해. 살아남아 오히려 슬픈, 한스런 투정이 담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