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스산함이 가득한 키예프. 신경외과 전문의 헨리 마쉬(Henry Marsh)는 매년 이곳으로 휴가를 온다.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이겨내는 한 우크라이나의 의사를 찾아 15년째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그의 휴가는 또 다른 환자들과의 만남이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수술. 방치되어 있는 중환자들.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환하고 진지한 얼굴로 환자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는 헨리 마쉬. 마취시설이 제대로 없어 그냥 깨어있는 채로 진행되는 뇌수술을 받는 한 환자의 모습에서 그의 심란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라는 점은 정말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거짓말 같은 의사들의 용기와 진지함. 눈 앞에 있는 환자를 외면하지 못하는 이들. 생명의 무게는 어디에서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