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마 가자 지구처럼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서로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증오로 가득한 장소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팔레스타인 건설노동자 함디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가족 대부분을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어린 딸 마리아를 간호하며 살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병원에서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 마리아는 밝은 모습이지만, 함디는 딸이 언제든지 병원에서 쫓겨나 치료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 함디의 묵묵한 인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행복한 웃음을 짓는 마리아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같은 사람에 불과하건만 왜 그렇게 미워하고 싸우려고만 하는 것일까. 담담하고 관조적인 티모르 브리트바(Timor Britva) 감독의 시선이 왠지 차갑게 느껴지지만, 이스라엘에서의 만성화된 일상의 우울함에 대한 온정이 엿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