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마운틴(Cold Mountain)>은 <잉글리쉬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를 통해 널리 알려진 감독 안소니 밍겔라(Anthony Minghella)의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상당한 흥행을 기록했으며 2004년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작품성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나, 국내에서는 공교롭게도 강제규 감독의 전쟁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동시에 개봉한 탓으로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명작이다.

콜드 마운틴에서 한적하게 살아가던 아이다(니콜 키드먼)와 인먼(주드 로). 이들은 우연히 서로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지만, 때마침 터진 남북전쟁으로 인해 인만은 남군의 한 명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남자들이 떠나간 마을은 점점 황폐해져가고, 곱게만 자란 아이다는 아버지까지 여의고 생계를 유지하기조차도 힘들어진다. 그녀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사람들은 루비(르네 젤위거)를 보내고, 이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 동지애를 싹틔워나간다.

한편 전쟁에 참여한 인만은 참혹하게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아이다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버텨간다. 나날이 이어지던 혼전으로 인해 부상을 당한 그는 마침내 탈영을 결심하게 된다. 콜드 마운틴으로 향한 기나긴 여정 속에서, 자신이 하룻밤 묵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라(나탈리 포트만)가 군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탈영병수색대에게 잡혀 모진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

<콜드 마운틴>은 연말마다 선정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에서 십수년 째 단골로 등장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많다. 두 영화 모두 미국의 남북전쟁을 다룬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전쟁 속에서 강인하게 살아남는 여성들의 엇갈리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남부의 백인들이 주인공이라는 것 또한 비슷한 점이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로 상징되는 퇴폐적인 화려함이 있다면, <콜드 마운틴>은 보다 낭만적인 서사시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 점은 <콜드 마운틴>의 장점이자 또한 약간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로, 이야기의 주된 축인 아이다와 인만의 사랑이 다소 과장되어있다는 느낌이다. 그들의 사랑보다는 오히려 루비가 보여주는 생명력이나 그녀 주변의 인물이 만들어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다.  르네 젤위거는 투박스럽고 촌스럽지만 인정많고 강인한 루비역을 맛깔나게 연기해냈으며, 실제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는 르네 젤위거에게만 영광을 안겨주었다.

화려한 배역진이 <콜드 마운틴>의 확실한 볼거리 중 하나이지만, 안소니 밍겔라가 보여주는 고전적인 영상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다. 그는 차분한 자연미와 포화가 넘실대는 전쟁의 대비를 통해 플롯을 통해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보여준 그의 관록은 <콜드 마운틴>에서도 숨쉬고 있으며, 사실 그것만으로도 기억할만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