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람, 말을 무시하다 (부제: 된장녀의 고립), 90×180cm, 프린트, 2009


일시 : 2009.08.28~2009.09.06
장소 : 크래프트스토리(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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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친구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거나 놀림을 받았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듯 하다. 특히 이름에 특정단어와 동일한 음운을 가진 친구들이라면 어린 시절을 악몽처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장난, 새람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동음이의적 장난에서 비롯된다.



새람, 말을 비꼬다(혹은 무차별적 오염), 레진, 우레탄 페인트도색, 60×42×52cm, 2009


조각 또는 퍼포먼스 사진작업 등을 통해, 작가는 말(words)을 말(horse)로 치환하여 표현한다. <말을 비꼬다(혹은 무차별적 오염)>의 경우 정말로 비꼬아지고 비틀려진 말이 있다. <말을 더듬다(어느시골 다방녀의 설움)>에서는 말을 음흉스레 더듬는 왠 굵직한 손이 있으며, <말을 씹다(다이어트는 괴롭다)>에서는 자신의 손을 씹고 있는 말의 모습이 있다.

새람 작가의 작업은 장난스럽고 유쾌한 키치이다. 하지만 그녀가 붙여놓은 부제들은 작업에 단순한 장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자기 스스로를 노골적으로 전시물화하고 성적상대로 희화화한 작품들 속엔, 아직 어린 20대의 여성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담겨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는 "소녀시대"나 사진 커뮤니티에서 소위 짤방이라 불리는 그 흔한 '처자' 사진들. 아무리 별뜻없다고 얼버무릴지라도, 한국의 대중문화가 약한 익명의 존재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새람 작가의 표현방식은 비록 가벼울지라도, 그녀가 던지는 메세지만큼은 묵직하게 느껴지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