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이런 저런 책도 뒤져보고, 역사에 관한 거라면 어떤 것이든 관심을 가지곤 했다. 하지만 유독 내가 사는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과목들 가운데서도 나는 국사를 제일 못했고, 재미있지도 않았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한국사에 관한 책도 그럭저럭 읽은 편이었고, 가장 못했다고 해도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어렸을 때 가장 먼저 접한 한국사에 관한 책은 만화로 된 한국사였다. 하지만 그 때 읽었던 것 중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철종과 안동김씨의 무식하면서도 간사해보이는 캐릭터의 모습뿐이다. 하긴 만화 한 권당 왕조 하나씩 훑고 넘어가는 것이었으니 그나마 기억에 남아있는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배우는 국사 교과서는 고작 얇은 책 2권이다. 그 속에 온갖 사건, 문화, 제도가 다 담겨있으며, 한 번 등장한 단어는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떠한 인과관계도 설명되어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연표나 다름없는 지루한 책일 뿐이다. 외우라니까 그냥 단지 외울 뿐인, 의미도 모르고 지나간 많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역사란 인과이다. 꽃이 피면 지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사실 모든 역사는 그 시기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한 번 맥을 잡으면 역사 속의 모든 낯선 단어들이 당연한 것이 된다. 역사에 우연이란 없다. 우연처럼 보이는 사소하거나 큰 사건들이 모두 다음 사건의 원인이 되는 게 역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이라면 한국사를 당연히 알아야만 한다. 특히 20세기의 한국 현대사는 가장 가깝기에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의 그물망이다. 그리고 광복 이후의 8년간의 역사는 툭하면 정치, 경제, 사회를 흔드는 휴전선과 판문점을 만들어 낸 직접적인 기간이었다. 필자는 어릴 때 왜 통일이 되어야만 하는지 몰랐다. 필자의 선생님도 당시에 요즘 아이들은 통일이 되든 말든 별로 상관없어 한다고 안타까워 하셨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건 교과서에서 그 이유를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