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재미있다. 수니티 남조시(Suniti Namjoshi)의 이 동화는 고전의 비틀기이다. 구전동화의 세계는 아름답게 생각되지만, 현대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편협한게 사실이다. 또한 상상 외로 잔혹하기도 하고, 인간이 쓴 작품이기에 시대에 대한 반영이 들어있기도 하다. 많은 여성주의 작가나 미디어 연구가들이 계속해서 발견하는 사실은 동화가 별로 동화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본 순간에는 아마도 인정하지 않으실 테지만 모두 읽고 나면 그 저변의 가치들이 당신이 지지하고 내게 가르치신 것임을 받아들이시게 될 내 어머니를 위하여." (수니티 남조시, "신데렐라가 집을 나간 이유"의 '헌사' 중에서)

"신데렐라가 집을 나간 이유" 또한 여성주의 연구가인 수니티 남조시가 특유의 냉소로 담아낸 동화비틀기 작업이다. 필자는 헌사만으로도 이 책이 가치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으레 동화가 그렇듯이 여전히 교훈적이지만 방향이 다르다. 딸들이 아닌 어머니를 위한 교훈이다.

수니티 남조시의 어조는 당당하다. 그녀가 블랙코미디로 가득찬 우화 속에서 보여주는 유일한 교훈은 세상에 맞서라는 것이다. 희생자의 자처하지 말고, 평가받고 거부당하는 것에 당당해지라고 한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개인이 사회를 적대시하는 것보다 사회가 개인을 적대시하는 것이 훨씬 더 잔인하고 만연해있으며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관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당당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