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 Fullerton-Batten, Mirror, 63.5*79cm, C-Print, 2008

일시: 2009.08.04~2009.08.25
장소: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이다. 팀 버튼 감독의 2010년 개봉예정 영화도 있으며, 들뢰즈의 <의미의 논리(Logique du sens)>를 포함한 각종 문학, 영화, 미술, 철학에 걸쳐 캐롤의 언어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모아보면 만만치 않은 양이 될 것 같다. 이번 전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기획전으로, 세 명의 여성작가 각자가 보여주는 작업들이 흥미롭게 나타난다.

줄리아 플러든 바튼(Julia Fullerton-Batten)의 연작사진작업은 관객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새하얗게 처리된 일상의 공간에서 소녀의 점프를 포착해낸 작업은 기이하다는 느낌을 준다. 엉뚱한 배치물이 놓여진 다소 기괴한 배경은 새하얀 순백의 색을 그로테스크하게 만든다. 뛰어오르는건지, 아니면 뛰어내리는건지 모호한 소녀는 절박해보이고, 벽에 있는 통로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완전하다. 그녀의 작업은 일종의 균열없는 균열을 보여준다.

반면 루비자 링보그(Lovisa Ringborg)의 작품은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일러스트와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사진작업들은 동화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어린 소녀의 호기심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한 정의(定義; definition), 키워져가는 통제에 대한 욕망과 그것의 좌절 등을 화사한 색감으로 표현해냈다.

폴리세니 파파페트루(Polixeni Papapetrou)는 자연을 배경으로 소녀의 놀이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작업은 매우 낯설 것 같다. 정돈되지 않은, 때로는 압도적인 자연 속에서 정돈되고 도시화된 소녀들은 어색한 배치물로 작용한다.

이 전시에서 세 작가가 보여주는 앨리스는 각각 특별하고 재미있다. 어떤 이는 앨리스의 심적 태도에, 또 다른 이는 앨리스의 삶의 과정에, 또 어떤 사람은 앨리스가 살아가는 환경에 집중한다. 저마다의 앨리스를 비교해보고 자신의 앨리스를 상상해보는 건 이 기획전의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