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난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바다를 보며 쓰러지는 두 남자. 아마도 이 장면에서 복잡하게 떠오르던 감동을 느꼈던 분이 많으셨을 것 같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Emma's Bliss)>는 많은 점에서 <노킹 온 헤븐스 도어>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두 영화 모두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들의 일탈이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죽어가는 두 남자가 벌이는 온갖 해프닝과 그 속에서 싹트는 우정을 이야기한다면,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는 역시 시한부 인생의  한 남자가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외딴 농장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한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뛰어난 OST를 가지고 있는, 음악의 비중이 높은 영화들이다.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는 익히 알려져 있는 동명의 노래를 제목으로 하였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고,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음악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클로저(Closer)>의 삽입곡 'The Blower's Daughter'로 유명한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 또한 OST 작업에 참여하였다는 점은 특히나 즐거운 점이다.

공교롭게도 독일에서 제작된 영화들이라는 것과, 엔딩장면의 압축력이 대단히 높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가 보여주는 엔딩은 사실 문화적인 충격까지 선사하는데, 나머지 100분의 런닝타임이 이 마지막 5분을 위해 존재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런닝타임 동안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위트가 마지막 장면의 설득력을 감싸안아주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재미있는 점은 인물적 설정간의 유사성이다. 만약 영화 속의 배경처럼 일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결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간의 교감을 다루고 있다. 너무나도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보살펴주는 모습에서 순수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해타산이 없는 맹목적인 동지애. 마지막 순간이 가장 아프고 또한 가장 행복한 영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