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분노를 자아낸다. 너무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서 그런가 하면, 또 때로는 너무 똑같은 내용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만 같아서 그렇기도 하다. 수학은 이중으로 참을성을 요구한다. 지루해서 몸이 베베 꼬이더라도, 어렵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그냥 닥치고 계속 따라가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Susan J. Colley의 "Vector Calculus"와 함께 하며 느낀 기분이 정확히 이랬다. 뭔가 XX 이거 계속 봐야 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없이 지루하다가도, 또 어느 순간, 논의가 확 건너뛰며 순간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조울증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렇게 그냥 닥치고 따라가다보면, ㅆㅂ 수학은 어느 순간, 정말 예기치 못한 순간에 경이와 황홀으로 가득한 엑스타시를 느끼게 해준다. ㅠㅠ 아... 이게 뭐람. 근데 정말이다.

지금까지 수학과 함께 하면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었다. 첫번째는 James Stewart의 "Calculus"에서 테일러 급수를 통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뉴튼법칙을 도출해내는 광경이었다. 겨우 정석이나 보고 막 대학수학에 입문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현대와 고전적 세계관이 만나는 광경을 맞닥뜨리다 보니 그저 마냥 놀랍고 경이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번째로는 You-Feng Lin 등의 "Set Theory"와 더글라스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를 봤을 때였는데, 선택공리와 불완전성 정리가 가져다 준 충격은, 뭐랄까... 그냥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혹은 믿어왔던 세계관 자체를 뒤흔들만큼 강렬하고도 근본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때에 공교롭게도 영화 "컨택트(2016)"까지 보게 되면서 이젠 정말 빼박캔트.

그리고 세번째는 S. Friedberg 등의 "Linear Algeba"에서 시공간좌표계와 만났을 때였다. 아마 이 때부터였던 거 같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냥 밥먹는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수학을 봐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미적분을 통해 이미 여러 좌표계를 접해야 하긴 했었지만, 그냥 대충 말로만 듣던 상대성이론이 왜 그토록 혁명적이었던 것이었는지, 시간과 공간 차원을 통합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가 비로소 피부로 다가왔달까.

아직도 끝이 아니다. 칼 B. 보이어와 유타 C. 메르츠바흐의 "수학의 역사"도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다. 이 책을 보다보면 문명의 역사는 어쩌면 수학의 역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특히나 원주율 파이를 발견 혹은 발명해내는 그 지독하고도 지루한 과정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따지고 보면 그 숱한 수포자를 양산해내는 삼각함수도, 미적분도, 어찌보면 그 모든 데에 이 빌어먹을 파이가 암암리에 영향을 미쳐왔던 것이다. 게다가 인류사적으로 보았을 때 파이가 얼마나 최첨단의 개념인지를 알게 된다면 문명의 소중함도 실감케 되고...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 외에도 심슨의 역설이라든지, 충공깽스럽게 직관을 무너뜨려 버렸던 순간들이 말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이미 너무 길어졌으므로 일단은 여기까지만.

그리고는 이번의 "Vector Calculus"다. 지금까지 적어도 나에게 벡터는 미칠듯한 -_- 계산에 다름아니었다. 아마 벡터를 안다면 ㅆㅂ 졸라 간단한 공식이 자아내는 그 끊임없는 계산을...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norm만 해도 대략 구성원소가 늘어날수록 나의 정신도 늘어지게 하는 연산을 자랑한다. 그런데, 그런데, 계속 그럴 줄만 알았는데, 미적분 끝판왕인 스토크스 정리와 가우스 정리를 넘어 맥스웰방정식으로 넘어가는 그 유려한 과정 속에서, 또 다시 격한 감동에 사로잡히고야 말았던 것이다.

역시나 대략 말로만 들어왔을 뿐, 맥스웰방정식이 고전적 뉴튼역학과 일으킨 첨예한 긴장, 그리고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 사이의 격론이 가졌던 의미, 그리고는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고, 또 그 이후로 나아가게 되는- 그- 지난한- 과정을- 아아... 이런 것들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거 같다.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이 일거에 맞춰지는, 엔트로피에 정면으로 역행되는 그 느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 ㅠㅠ 그냥 다른 어떠한 쾌감과도 비견할 수 없다는 정도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다.

물론 나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이 모든 게 여전히 피상적이기만 하다. 분명 앞으로도 가시밭길이겠지. 어렵고 지겹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어메이징! 판타스틱! 해볼만한 모험이라고는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