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무작위로 하나의 주식을 찍었을 때 그 주식이 떨어질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불현듯 궁금해졌다. 꾸준히 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자연히 자산시장 쪽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투자론이라든지, 여러 저술들을 둘러보아도 수익률에 대한 이론은 많지만, 정작 그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좀 빈약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베타나, 상관계수, 분산 등을 통한 설명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시장과 얼마나 다르게 움직이느냐, 얼마나 변동폭이 크냐하는 걸로 과연 위험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다른 일'과 '나쁜 일'은 분명 구분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변동폭이 크다는 말은 곧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위험성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오히려 더 높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일까?

물론 다른 접근법도 있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산업의 흥망이라든지 주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 혹은 정치적 갈등이나 자연 문제, 인간의 행동양식, 문화적인 관점 등을 통한 접근, 그밖에 도저히 예상불가능한 외생변수들에 대한 고려 등 다른 많은 설명들이 있고, 대부분 사소하게 취급할 수 없는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 그 자체에 내재된, 굳이 말하자면 기술적인 방법도 혹여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떠올려봤으나 대개는 집약적인 연구가 필요해서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다 아주 간단하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사실 너무나도 간단해서 이미 누군가가 비슷한 조사를 해보았을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하루 단위에서는 50 대 50로 수렴한다는 연구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1년 단위로는 어떨까? 혹여 시장상황과는 어떠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다음은 조사개요이다.
- 2001년부터 2018년까지의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 일반주 대상,
- 매년 첫 개장일의 종가 기준,
- 1년간 해당주식을 보유한 후 매각한다고 가정했을 때,
- 해당주식이 하락할 확률(이후로는 하락확률로 칭하겠다)은 얼마나 되는가.

다음 이번 조사의 불완전한 점이다.
- 상장폐지의 경우, 자진폐지나, 존속기간 만료, 기타 사유 등은 손실로 보지 않았다. 해당 법인의 의사와는 전적으로 무관한 경우에만 100%의 손실로 처리하였다. 가급적 가장 단순한 방식을 찾으려 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언급해둔다.
- 개요에서도 말했듯 우선주는 포함하지 않았다. 시장에서의 매매빈도도 떨어질 뿐더러,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제외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었다.
- 조사대상의 기간이 짧은 편이다. 2000년 이전의 자료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아쉽게도 어쩔 수 없었다.
- 당연한 말이겠지만, 수익률과는 무관하다. 수익률은 변동률*구성비의 합으로 설명되는 반면, 이 조사는 변동률의 부호가 +인가 -인가만을 다룰 뿐이다. 지수 자체가 이미 전반적인 수익률을 요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 수익률에 대한 조사가 아니기에 배당금은 고려되지 않았다.

다음은 각각 코스피와 코스닥의 개략적인 회귀분석 및 분포표이다.

코스피: 하락확률 = 55.41% - 0.7455%*지수변동률, R제곱 = 0.8197
코스닥: 하락확률 = 58.97% - 0.5988%*지수변동률, R제곱 = 0.8547

조사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사회과학적 연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높은 R제곱 수치이다. 대개 1에 가까울수록 유의미하다고 본다. 대략 1년간 지수의 변화가 전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락확률은 각각 55.41%, 58.97%이다. 그리고 코스피 지수가 1% 오르거나 내릴 때 하락확률은 0.7455% 내리거나 올랐으며, 코스닥의 경우에는 0.5988%였다. 코스닥이 기본적인 하락확률은 더 높지만, 반면 코스피쪽이 보다 지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두 지수 간의 차이가 크다는 점은 별도의 고려가 필요할 것 같다.

대체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보다 하락확률이 높은 편이다. 하락확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미국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이었다. 코스피는 92.23%, 코스닥은 92.08%로 둘 모두에서 90%를 상회하는 결과였다. 반면 하락확률이 가장 낮았던 해는 금융위기 전 가장 큰 호황의 해였던 2005년으로, 각각 9.37%, 11.57%이다. 평균값은 각각 47.68%, 55.60%였으며, 앞서 언급했듯 변화가 없을 때의 추정값은 각각 55.41%, 58.97%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 95% 신뢰수준,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에서, 50 대 50의 가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 그러나 하락확률은 지수의 변동률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 또한 시장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이는 중대한 함의를 갖는데, 비록 장기에 걸쳐 주식투자의 승패는 50 대 50의 게임일지라도, 단기에 있어서는 시장상황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무엇을'보다는 '언제냐'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좀 더 상세한 기간별 도표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렇다면 하락했을 때 그 정도는 얼마나 될까? 우선은 대체로 코스닥이 코스피보다 낙폭이 클 확률이 확연히 높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코스피는 2008년을 제외하면 손실이 30%이하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코스닥의 경우에는 50% 이상 손실이 날 가능성만 따져도 대략 평균치가 18% 정도였다. 즉 무작위로 코스닥의 종목 10개를 골랐을 때 그 중 2개는 50% 이상의 손실이 난다는 것이다.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위험하다는 일반의 상식을 긍정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단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금융위기 이후 2012년 경부터 시장상황이 이전 시기와는 좀 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수치가 코스피, 코스닥 모두 신뢰구간(Confidence: 95%수준, 노란색)에서 벗어날 뿐더러, 같은 하락확률이라도 이전에 비해 손실이 보다 제한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하락확률의 변동폭도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더 확실한 건 향후 보다 장기적인 기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듯 싶다.

또한 코스피의 경우 추정치보다 낮은 시기가 버블형성기와 엇비슷하게 상응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

아울러 변동률별로도 추가적인 분석을 해봤지만 특별히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라고 판단되에 범례에 R제곱값만 참고로 기입해놓았다.

여기까지의 결론은 '무엇을'보다는 '언제냐'가 더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엇을'의 문제를 무시해선 안된다는 것 정도이다. 다음의 도표는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



코스피 가격1분위(PP1): 하락확률 = 51.84% - 0.6036%*지수변동률, R제곱 = 0.5184
코스피 가격2분위(PP2): 하락확률 = 56.08% - 0.7555%*지수변동률, R제곱 = 0.8029
코스피 가격3분위(PP3): 하락확률 = 55.83% - 0.7921%*지수변동률, R제곱 = 0.8072
코스피 가격4분위(PP4): 하락확률 = 55.08% - 0.8313%*지수변동률, R제곱 = 0.8581
코스닥 가격1분위(PP1): 하락확률 = 55.20% - 0.5327%*지수변동률, R제곱 = 0.6713
코스닥 가격2분위(PP2): 하락확률 = 56.63% - 0.6304%*지수변동률, R제곱 = 0.7444
코스닥 가격3분위(PP3): 하락확률 = 60.95% - 0.6468%*지수변동률, R제곱 = 0.8377
코스닥 가격4분위(PP4): 하락확률 = 63.09% - 0.5855%*지수변동률, R제곱 = 0.9115

주식의 가격은 얼마나 중요할까? 아무리 그래도 큰 대형주가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아마도 주식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게 되는 요소인 가격과 시가총액으로 간단히 조사해보았다.

가격 구간은 특정가격을 정하지 않고 20%마다 분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자산시장의 특성상 해마다 가격이 변동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고정값을 통한 조사는 별 의미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마다 가격구간이 달라지는데, 가령 2018년의 경우, 코스피는 4048원, 11925원, 41513원, 코스닥은 2600원, 5390원, 12000원이 각각의 가격구간이 된다. 즉 2018년의 코스피 가격1분위는 4048원 이하, 가격4분위는 41513원 초과가 되는 식이다.

처음으로 눈에 띄는 건 가격이 높을수록 R제곱값도 높다는 점이다. 즉 가격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지수변동률과의 상관성이 크다. 이는 직관과도 일치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일반주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조사와 마찬가지로, 대체로 코스피쪽이 코스닥보다 지수변동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코스피의 회귀선은 대체로 R제곱값의 결과에 부응하는 반면, 코스닥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고가주의 회귀선은 거의 일관되게 코스닥의 회귀선보다 높고, 저가주의 경우에는 그 반대이다. 즉 코스닥에서는 가격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하락확률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가격에 따른 좀 더 자세한 연도별 분포표이다.





좀 번잡한 도표이다. 역시 코스피와 코스닥을 따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 코스피의 경우, 하락확률만 따진다면 가격에 따른 차이가 아주 뚜렷하지 않지만, 하락폭까지 고려하면 대체로 가격이 높을수록 손실이 제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저가주의 위험성은 코스피에 있어서는 사실로 받아들여도 큰 무리가 없다.

반면 이번에도 코스닥은 좀 사정이 다르다. 가격이 높다고 해서 하락폭이 적으리라고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가격이 낮을수록 하락확률 뿐만 아니라 하락폭도 적다. 코스닥 상장주 사이의 가격폭이 협소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가격에 따른 차이가 비교적 크면서도 역진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상당히 눈에 띄는 점이다. 그러나 역시 앞서에서처럼 미국금융위기 전후로 양상이 달라지는 듯 보인다는 점에서 추후 보다 장기적인 추이를 확인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시가총액 기준은 어떨까. 가격과 시총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래도 좀 더 유의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시가총액의 조사는 가격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코스피 시총1분위(TT1): 하락확률 = 50.74% - 0.5303%*지수변동률, R제곱 = 0.4438
코스피 시총2분위(TT2): 하락확률 = 57.17% - 0.7436%*지수변동률, R제곱 = 0.6761
코스피 시총3분위(TT3): 하락확률 = 57.44% - 0.7928%*지수변동률, R제곱 = 0.7877
코스피 시총4분위(TT4): 하락확률 = 56.32% - 0.9163%*지수변동률, R제곱 = 0.9233
코스닥 시총1분위(TT1): 하락확률 = 50.96% - 0.5136%*지수변동률, R제곱 = 0.5803
코스닥 시총2분위(TT2): 하락확률 = 57.93% - 0.6278%*지수변동률, R제곱 = 0.7273
코스닥 시총3분위(TT3): 하락확률 = 63.06% - 0.6486%*지수변동률, R제곱 = 0.8434
코스닥 시총4분위(TT4): 하락확률 = 63.93% - 0.6057%*지수변동률, R제곱 = 0.9285

가격과 마찬가지로 R제곱은 가격이 높을수록 높아졌는데, 가격에 비해 그 경향성이 보다 뚜렷해졌다. 회귀선간의 격차 역시 보다 뚜렷해졌는데, 이는 상당부분 변동률이 0일 때의 차이가 커졌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반적인 모양에 있어서는 가격과 유사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에서 시총1분위의 하락확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은 특기할만 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결과는 앞선 결과들에서 유추할 수 있는 바와 같았다. 전반적인 모양은 가격과 유사하다. 그러나 소형주의 하락확률 및 하락폭이 줄어들었으며, 코스피에서 더욱 확연하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코스닥 양자 모두에서 손실이 제한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소형주는 고위험고수익으로 인식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격기준이든, 시총기준이든,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다고 해서 하락확률과 하락폭 모두에서 특별히 높지도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보다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앞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비교적 대상기간이 너무 짧을 뿐더러 국내주식시장에 한정된 결과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야만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모와 안정성을 등치시키는 정식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문을 가져볼 법 하다.

길지만 아마추어적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과연 누가 읽기는 할까 싶기는 하지만 모쪼록 자그마한 통찰이라도 드릴 수 있었기를 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