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래로 볼 일이 없었던 수학과 다시 친해지려 노력하는 중. 변태 같지만 어쨌든 학교 다닐 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었고, 늘 다시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쯤은 갖고 있기도 했다. 다만 문돌이에 뭘 해야 되는지 몰라서 그냥 넋넣고 살다, 뭐 이래저래 지적허영에 빠져있다보니 수학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또한 인터넷의 위대함!으로다가 뭘 봐야 하는지 정도는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어서 도전 결심.

처음엔 주제 파악도 못하고 겁도 없이 괜한 자존심으로 해석학부터 손대보려다 제1장 집합에서 무참하게 실.패. OTL 거의 영혼까지 털렸다. 당연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손놓고 있던 주제에. 그래서 머릿 속이 백지 상태라는 걸 인정하고 다시 그 -_- 정석부터 시작해서 어찌어찌 미분을 넘어가는 중인데, 아... 이런 걸 배웠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쉽지가 않다.

특히나 개념 이해와 관련된 문제가 나올 때마다 지옥을 맛보곤 하는데, 기본적인 설명을 건너뛴 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문제부터 풀고 보는 성질머리 때문이다. 뭐 사실 이건 머리가 딸려서이기도 하다. 들입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양으로 부어대다 보면, 어느샌가 뭔가 이해하는 것 같은 기분 정도는 느낄 수 있으니까. 그래봤자 언젠가는 개념을 제대로 정리해야 하는데, 그걸 귀찮아 한다는 게 문제.

빌어먹을! 삼각함수 때는 무슨 공식이 그리도 많던지 걍 포기할까? 진심으로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사플사 2사코, 사마사 2코사, 코플코 2코코, 코마코 마2사사라는 나름의 괴랄한 암기법을 만들어낸 덕에 간신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뭔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 마구 틀리며 좌절하면서도 그래도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_- 역시 변태 맞다) 덕에 그럭저럭 즐겁기는 하다.

다만 사람들이랑 어울려 다니려 애쓰고 이런저런 뻘짓으로 날려버렸던 시간을 조금만 아꼈더라면, 정석부터 다시 봐야하는 암울함을 겪지는 않아도 되었으리란 아쉬움은 든다. 조용히 책보고 졸라게 덕질하는 게 내 스타일이란 걸 그동안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거 같아서다. 뭐 그런 시간들도 충분히 의미는 있었지만, 손해보았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원체 성향이 그렇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뭐랄까,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지 못하는 시간들은 점점 아깝게 여겨진다.

일단! 1차 목표는 당연히 정석을 한 번 훑고 쭉쭉쭉 해석학까지 나가는 거고, 2차 목표는 또 쭉쭉쭉 나가서 위상수학까지인데, 과연-_- 거기까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은 잘 갈 듯 싶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수학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라 벌써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

어서 빨리 적분과 만나기 위해 상념은 여기까지만. ㅋㅋ 오랜만의 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