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추구는 과연 인간의 본성인가. 삶의 안정성이란 과연 경제적 안정만을 말하는가. 또 시장 법칙은 어디까지 적용가능한가, 상품의 가치는 과연 한계효용에 의한 가격의 문제일 뿐인 것일까.

사회에 벌어지는 혼란의 고통을 반드시 경제적 수치로만 측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억지 편견일 뿐이다.
-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거대한 전환", '제2부 시장 경제의 흥망, 제18장 체제 붕괴의 긴장들', 도서출판 길, p.530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대한 전환"이 제기하는 의문은 7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신선하고 또 흥미진진하다. 사회적 인간으로부터 경제적 인간으로의 전환, 칼 폴라니는 19세기 동안 정립되어진 경제'학'의 역사를 샅샅히 훓으며 서구문명이 세계를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바꾸어왔는지를 추적해나간다.

어떤 사회에 시장이 없다고 해도 거기에서 올바르게 추론할 수 있는 바는 그 사회가 '일정한 고립'과 '폐쇄적 성향'과 같은 경제적 특징들을 가진다는 것뿐이다. 어떤 경제의 내부 조직이라는 점에서 보면 시장이 있고 없고는 아무런 차이도 낳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란 주로 경제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작동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시장이란 원거리 무역의 만남 장소이다.
– '제2부 시장 경제의 흥망, 제5장 시장 패턴의 진화', p.211

경제학은 노동·토지·화폐를 마치 이윤창출이 가능한 상품처럼 취급해왔다. 물론 이들 요소가 경제 체제의 핵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은 인간 생명에 근거한 활동의 다른 이름이기에, 토지는 인간의 활동과는 무관하게 이미 주어진 자연의 다른 이름이기에, 그리고 화폐는 국가 금융이나 은행에 의해 파생되는 구매력의 징표일 뿐이기에, 노동·토지·화폐는 상품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경제학은 처음부터 허구에서부터 출발한 셈이다.

경제적으로 착취당한다고 해도 어쩌면 그는 금전적으로는 그 전보다 더 잘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과 전체의 행복에 대해 대단히 해로운 원리가 작동하여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 그의 이웃 동네, 또 공동체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 그의 직업적 기술 등을 무차별하게 때려부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진정한 문제는 예전에 그의 경제적 존재가 묻어들어 있었던 자연과 인간과의 여러 관계들이 완전히 황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 '제2부 시장경제의 흥망, 제10장 정치경제학과 사회의 발견', p.369

사회를 오로지 경제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려는 시각은 삶을 파괴시키고 황폐하게 만들어놓았다. 분명 노동자가 된 개인들에게 더 이상 매를 맞거나 강제노역에 동원당하는 일 따위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저 '자연의 징벌'을 감내하거나, 즉 굶주리거나, 미래가 불안정할 따름이었다. 도시 경제에 속한 파편화된 개인들은 반드시 효용성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전문화된 분업은 하나의 산업이 명멸해 갈 때마다 개인들의 효용성 역시 함께 명멸시켰다. 지주 사회에서의 인격적 예속은 이제 시장 경제에서의 미래에 대한 공포로 변화되었다.

시장 사회에 대한 진정한 비판은 그것이 경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사회가 경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그것의 경제가 개인의 자기 이익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 사회 제도란 결국 인간이 부여하는 의미와 삶의 목적을 구형해놓은 것에 불과하다. … 규제를 도입하면 자유는 확장되기도 하고 제약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 얻는 자유와 새로 잃는 자유의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취할 것인가의 문제뿐이다.
– '제3부 진행 중인 전환, 제21장 복합 사회에서의 자유', p.587-594

칼 폴라니는 경제란 사회의 수많은 기능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경제가 사회를 위해 존재하지, 사회가 경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단지 먹고 살기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 싶다. 만약 그렇다면 인간은 가족이나 친구도 필요없으며, 신문이나 TV 따위를 볼 필요도 당연히 없고, 성취감을 맛본다든지, 자존심이나 자긍심, 혹은 여타 다른 어떠한 감정도 가지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과연 경제적 인간으로만 존재할 수 있을까. "거대한 전환"은 평소 너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먹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