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8세 미만 관람불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30세 미만 관람불가인 영화.

그들은 순수했었고, 성숙해졌고, 그리고 나이들었다. 비엔나와 파리를 거쳐 도착한 곳, 그리스. 아름다웠던 연인들의 이마에는 이제 주름살이 완연하고 마치 오래된 숱한 유적들처럼 그들 역시 나이들었다는 것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셀린느와 제시를 보며 품었을 관객들의 연정 또한 이제는 남자들은 제시의 편을, 여자들은 셀린느의 편을 들고픈 마음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된 유적들이 마음 한켠을 휑하게 한다. 또 하필이면 펠레폰네소스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지중해의 패권을 두고 싸워 둘 모두 그 힘을 잃어버렸던 곳. 간신히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유적들만이 남아 좋았던 옛 영광을 추억하게 하는 곳. 두 사람은 말한다.

- 유적지야 빠이빠이다. 니들이 대단하냐?So long ancient ruins! What is so great about them, anyway?
- 다 거기서 거기긴 해.You seen one, you seen them all.

영화 초반 차 안에서의 대화는 정말 인상적이다. 이 영화 전체를 함축할 뿐만 아니라, 한껏 나이든 그들의 사랑관과 인생관마저 엿보이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제시가 사과를 깨무는 장면을 예사롭게 넘길 수가 없다. 마치 '낙원'같은 곳에서의 휴가가 끝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달까.

- 돈 주고도 못사는 공부야. 졸면 다 놓친다.I mean, we are teaching them a valuable lesson: If you snooze, you lose in this world.

"비포 미드나잇"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happily ever after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의 동화에선 다툼이 멈추지 않을 것이고 또 어쩌면 결국에는 헤어짐으로 마무리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또 어떻다는 말일까.

제시와 셀린느에게는 미래를 꿈꾸었던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쳐가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지금도 이들은 쉽사리 잠에 드는 대신 서로의 눈을 맞추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을 거쳐 도착한 종착지, "비포 미드나잇". 어쩌면 충분하지 않을까. 인생에서의 행복은 항상 현재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