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요, 내 눈이 보이나요?
만약 그렇다면
내 머리가 너무 짧은 거예요
... (중략) ...
내 머리칼은 예수님과도 같죠
할렐루야, 그 머리칼이 너무 좋아요
할렐루야, 마리아는 아들을 사랑했죠
근데 왜 나의 어머니는 날 사랑하지 않죠?
출렁거려요, 보여줘요,
하나님처럼 기른 머리칼

Say, can you see my eyes?
If you can
Then my hair's too short
...
My hair like Jesus wore it
Hallelujah, l adore it
Hallelujah, Mary loved her son
Why don't my mother love me?
Hair
Flow it, show it, long as God can grow it

꽃을 들고, 편견을 넘어서, 너와 나, 너의 것과 내 것 사이를 건너...

현재의 상상력이 충격과 잔인함을 향해 달려간다면, "헤어"의 상상력은 저항을 향해 달려간다. 현재의 웃음이 즉각적으로 빵 터지는 웃음을 향해 달려간다면, "헤어"의 웃음은 유머를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그래서, 비록 1979년작이지만, 오히려 현재에 이르러 싫어할만한 이들이 더욱 많아졌을 것만 같은 작품이다.

재벌가의 집에서 난동을 피우고는 철창에 갖힌 남자가, 자신의 긴 머리칼을 예찬하는 노래 사이사이마다 애국가를 섞어 부르며 미소짓는다고 상상해보면 좋겠다. 게다가 대통령의 이름과 포르노 스타의 이름이 번갈아 등장하는 노래까지 만든다. 1979년에 만약 누군가가 충무로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아마 소리소문없이 어딘가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면?

햇살이 들어가게,
햇살이 들어가게 해줘요
Let the sun shine
Let the sun shine in

마지막 장면은 더욱 가관이다. 태극기 모자를 쓰고, 혹은 머리에 꽃을 꽂고, 청와대 앞에 모인 무수한 사람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들이 합창한다. 지붕 따윈 걷어치우고, 그 안으로 햇살이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늘 아래에 함께 앉아 햇살을 맞자고 한다.

글쎄, 이런 영화를 만들만큼 촌스러운 감독도 없겠지만, 설령 만들어진다고 해도 그렇게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미니스커트와 함께 풍기문란의 대상이었던 남자의 긴 머리는 미니스커트와는 달리 개성의 하나로써 변명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머리카락은 기어이 잘라내야만 마음이 편해지게 되었다. 물론 미니스커트도, 그 처지가 점차 위태로워져가는 것 같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