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으로 충분, 영상은 보너스이거나 혹은 군더더기.

이 시대에 나온 무성영화라는 홍보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지만, "아티스트"의 가장 큰 매력은 100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잠깐도 쉬지 않고 흐르는 음악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음악은 그야말로 영리하게도 향수를 자극한다. 교향악단이 등장하는 첫 장면부터 장면장면을 유연하게 이끌며, 무성영화 특유의 대사의 공백을 장점으로 바꾸어버린다. 어찌보면 이 영화에서 대사의 역할을 음악이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 싶다.

하지만 영상은 사실 이 영화가 헐리우드의 홍보를 위해 제작된 건 아닐까라는 의심을 들게끔 한다. 영화에 대한 찬미, 특히 헐리우드에 대한 찬양은 "아티스트"란 제목에서부터 시작된다. 헐리우드'랜드'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뜨고 사라졌던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을 향해 존경과 경탄의 시선을 보내는게 사실상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이다. 무성영화 시절부터, 기술과 스타시스템으로 무장해가는 과정을 더할나위없이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으니, 무한한 애정이 담긴 아카데미의 눈길은 "아티스트"가 받아야 할 당연한 보상과도 같다.

더구나 흥행이 아니면 퇴출이라는 자본의 특유한 논리도 "아티스트"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물론 상업적인 성공이 영화 뿐만 아니라 어떤 예술에 있어서나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미켈란젤로나 바하, 셰익스피어 등도 따지고보면 당시에 가장 잘 팔렸던 예술가들이라고 할 수 있고, 영화는 태생부터 상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잘 팔리기만 하면 충분한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던져볼만 하다. 잘 팔리는 예술은 좋다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좋은 예술은 잘 팔리는 것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허무해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평가였던 것 같긴 하지만, 굳이 글로벌한 금융위기의 시대에, 굳이 공황기 시절의 근저를 멤돌며 글로벌해진 헐리우드에 대한 향수를 넘은 예찬을 보게되었다는 게 다소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