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의 차이.

사실 개봉했을 때에도, 그리고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관심이 없었다. 우리도 한 때 잘 나갔던 때가 있었지라는 식의 영화겠거니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추석특선영화로 방영한 덕분에 그냥 검색어를 한 번 쳐봤을 뿐이고, 디렉터스컷판이 있다는 사실에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이런저런 리뷰나 평론과는 너무나도 다른 작품이었다. "써니"에는 예상 밖의 아픔이 담겨있었다. 나미(심은경 분)의 오빠(박영서 분)와 가족들의 모습에선 시대의 아픔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그저 살아가기에 바빠지는 사람들에게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이 살아온 과거와의 화해를 바라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궁금해져서 개봉판을 찾아서 다시 보기로 했다. 10분의 차이는 "써니"를 전혀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놓았다. 잘려나간 10분은 가장 아프고, 현재의 아름답지 않은 그들을 비추어주는, 어찌보면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희화화된 폭력은 실제의 과거와 과거에 대한 기억, 그리고 현재 사이의 부정합을 드러내는 장치로 바뀌어갔다. 기성권에 저항하던 젊은이가 기성권이 되어버린, 약간쯤은 "박하사탕"을 연상시키는 삶의 애수도 담겨있었다. 어른이 된 나미(유호정 분)가 교복을 입고 나타났던 장면은 여고생이었던 그녀가 꿈꾸었던 미래, 바쁜 삶 속에서 서먹해져만 가는 가족구성원으로써의 현재 사이에서 '그래서 지금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으로 변해있었다.

좀 씁쓸하지만, "써니"를 개봉했을 때 보지 않았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10분의 차이는 즐겁지만 석연치 않은 영화와 즐겁지만 감독의 생각도 담긴 영화의 차이이기도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