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택시 안에서 세상을 본다. 현실은 택시의 유리창을 넘어, 택시의 거울에 반사되어 존재할 뿐이다. 명분도, 승리도 얻지 못한 전쟁에서 돌아온 그에게 영광이란 없다. 전쟁은 그에게 싸우라고, 너의 적들을 죽이라고 가르쳤지만, 돌아온 고향은 화해하라고, 타협하고 용서하라고 그에게 다른 말을 한다.

마치 환영과도 같은 현실세계는 그에게 차갑기만 하다. 그는 택시를 타고 그저 떠돌아다닐 뿐이다. 강박적으로 택시 밖의 세상에 대한 적의를 매일같이 기록해나간다. 폭력배들, 마약중독자들, 매춘부들은 그에게 마땅히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쓰레기같은 존재들이다.

그는 이해할 수가 없다. 왜 현실의 시선에서 자신이 그들과 별 다른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지, 왜 자신이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어렵사리 데이트 약속을 받아낸 아름다운 여성과 그는 포르노영화관에 간다. 그에게 세상은 그런 것이어야만 했다. 국가의 부름에 흔쾌히 전쟁에 달려간 그에게, 그리고 돌아와 견실하게 자신의 삶을 일구어가려고 그에게, 여자들은 마땅히 교태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유혹해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조차도 없다. 자신만의 정의, 죽어마땅한 적들. 그는 미치광이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고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는 그저 무력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살인은 선택이 아니었다. 어찌할 수 없는 적의가 그를 이끌고 갔을 따름이었다.

그는 고독하다. 영화 속에서 보이지 않는 살인'들'과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살인. 그는 영웅이 될 수 없었고, 택시의 거울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한다.

비열한 거리, 이해할 수 없는 모순들, 그는 이제 한 사람의 이름없는 택시드라이버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