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축구, 폭력배, 그리고 아이들.

"형제"는 무엇보다도 마르셀 라스퀸의 넘치는 의욕으로 가득찬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어찌보면 간단하다고도 할 수 있는 스토리 안에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그늘을 담아내려고 한다.

너무나도 쉽게 버려지고 방치되는 아이들,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 낳는 너무나도 손쉬운 폭력, 하늘이 내린 운 이외에는 탈출할 길이 없는 뒷골목, 술과 춤, 파티, 섹스로 대변되는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는 체념어린 격정 등등...

하지만 어쩐지 좀 석연치가 않다. "형제"의 배경이 베네수엘라 빈곤층의 보편적 일상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극적 상상력에 보다 기반한 것인지부터가 감독의 다소 과장된 연출 덕분에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는 또한 마르셀 라스퀸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모호하게 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인지, 빈곤층이라면 어디에서나 처할 수 있는 보편적 위험과 절망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인지, 복수과 구원, 그리고 화해에 대한 감독의 성찰을 담고 싶어했던 것인지가 영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쩌면 "형제"에 대한 이러한 몰이해가 마르셀 라스퀸 감독이 이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했던 의욕 때문일 수도, 순전히 베네수엘라에 대한 개인적인 무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상당히 어정쩡한 태도로 그 확장성을 '형제' 안에 가두어버린다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