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경험, 다시 만나는 삶의 교차로, 그리고 식탁 위의 우정.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외로워진다.

어쩌면 90년대의 사람들은 현대사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외로워져갈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뜻 떠오르는 작품들 "델마와 루이스"나 "보이즈 온 더 사이드"처럼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역시 삶에 지쳐버린 사람들의 우정이 담겨져있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중년의 여인을 분한 캐시 베이츠의 모습은 아마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녀는 어디에서나 주눅이 들어 있었다. 어디에서나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사랑과 친절을 갈망하면 할수록 돌아오는 건 조롱과 무관심 뿐이었다. 한 할머니와의 만남은 이런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할머니가 그녀에게 준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받는 법도 아니었다. 그저 삶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다름아니었다.

어쩌면 그 이야기 속의 우정은 그다지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삶에서 너무나도 일찍 지쳐버린 사람들이 함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래서 절박하지 않다. 아니 절박함을 버리려고 한다. 기차에 몰래 타선 그 안에 든 화물들을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던져주는가 하면, 남편의 손찌검을 참아내던 아내는 임신과 함께 미련없이 남편에게 이별을 고한다. 한 쪽 팔을 잃은 소년은 미소로써 자신의 팔을 위한 장례식을 열어주고,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여인은 평온하게 죽음을 기다리며 모든 것을 놓아놓는다. 이들의 끈끈함이란 맞아줄 때와 보내줄 때를 아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로워진다. "카모메 식당"을 봤을 때의 쓸쓸함이 떠오른다. 싸우고, 실망하고, 그리고 홀연히 떠났다가도 어느샌가 다시 돌아오고... 강한 척 하지 않는 사람들끼린 식탁 위에서도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지쳐버린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