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말부터 해야겠다.

진지한 사람 출입금지. 아울러 작품에서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역시 출입금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정말 가볍다. 너무 가벼워서 또 힘들다. 이런 느낌은 우에노 주리의 "수상한 신부의 여행가방"이라든지, 여타 몇몇 일본작품에서도 익히 마주쳤던 느낌이기도 했다. 굳이 설명하자면, 일상의 참을 수 없는 따분함에 대한 절박한 대처라고나 할까.

그래서 힘들었다. 애니의 경우엔 뚜렷한 개성을 지닌 귀여운 캐릭터들과 남자주인공의 혼잣말 개그가 즐겁기도 했지만, 소설의 경우엔 마치 "오, 나의 여신님"이나 혹은 소위 할렘물이라 불리는 만화를 문자적 텍스트로 읽는다는 것에서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체험해야만 했다. 라이트노블이라더니, 아, 정말 라이트하구나라는 현기증과 동시에 새삼스레 나이를 자각해야했으니 말이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분명 즐겁다. 하지만 결코 정교하거나 날카롭거나 곱씹을만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