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스펜서 웰스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


제목부터 흥미롭고, 두께부터 아쉬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간유전자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원을 찾고자 하는 대담한 기획.
유전학적으로 보면 서울사람과 파리사람 간의 차이가 도쿄사람이나, 심지어는 부산사람과의 차이에 비해 그다지 클 것도 없다는 연구결과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스펜서 웰스의 보고서는 분명 흥미롭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사는 뉴욕의 시민들 중에 5명을 예로 들며, DNA 속에 차곡차곡 쌓여진 인간의 역사를 추적해간다.

"인류는 하나"라는 추상적인 구호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감동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큰줄기에 모든 이야기가 집약되다보니, 아무래도 세부적인 설명이나 도해가 부족하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위 사진에 베르너 켈러의 <역사로 읽는 성서>를 함께 담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뭐 이런 것까지 이야기하나 싶을 정도로 넘쳐나는 자료가 방만한 호기심을 자극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를 읽고 나면 저자가 본문의 끝부분에 제시한 질문들이 산더미처럼 남는다. 조금 나쁘게 말하자면 서론만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 같은 내용 역시 부록으로 허술하게 처리되어있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은 아직 미완성이다. 스펜서 웰스도 굳이 그걸 숨겨려고 들진 않는다. 책을 구입할 때 서문만 읽으려고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아마도 전혀) 없듯이, 약간은 조급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