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숙_실마리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채색_194×260cm_2010

요즘 거리를 걸을 때면 간혹 이상한 기분이 들곤 한다. 종로나 시청같은 시내도 공사가 한창이고, 또 시내로 들어가는 길 역시 마찬가지이다. 바로 집 앞에서도 여기저리 부수고 뜯어내는 공사가 비일비재하기에,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예전에 살던 곳을 다시 찾아가면 과연 난 그곳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래도 낯익은 풍경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언젠가 한번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앞을 지났던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느꼈던 건 절대 추억은 아니었던 거 같다. 뭐 그건 너무 먼일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다녔던 대학도 다를 바 없다. 이미 들어가기도 전부터 여기가 어디지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김효숙 작가의 그림을 보면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마치 바람에 흩날리듯, 춤을 추듯, 떠돌아다니는 도시의 구조물들을 보면 내가 서있는 이 장소가 낯설어진다. 갤러리를 들어갈 때건, 카페에 들어갈 때건, 혹은 식당에 들어갈 때건, 여긴 언제부터 이런 모습이었고 또 언제까지 이런 모습일 수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기억은 늘 다가오는 현재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하고, 또 그건 거센 바람에 올라탄 것처럼 가끔씩은 현기증을 일으킨다. 조금만 멀어져도 순식간에 낯설어지는 풍경들. 익숙해지기도 전에 대체되는 기억들. 그래서 김효숙 작가가 인간을 묘사하는 방식이 무척 마음에 와닿는다. 모자를 깊숙히 눌러쓴 부서진 건물파편들의 집합. 어쩌면 레비나스가 인간의 얼굴에서 윤리를 찾으려했던 건 현대도시에서는 영영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더 이상 명령을 할 수가 없으니까. 그저 대체되고 망각될 뿐.

김효숙_재현된 무대Ⅰ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 채색_181×223cm_2010



김효숙 개인전 - 부유하는 나의 도시 II

2011.01.05~2011.01.25

OCI미술관(http://www.songamfoundati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