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고 즐거운 음악영화(?). 러시아에서조차 먹어주지 않는 밴드라지만, 성공을 꿈꾸는 매니저의 집념은 그들을 뉴욕으로 이끈다.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메고 무표정하게 락큰롤을 연주하는 밴드의 모습이 왠지 모를 쾌감을 준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단순한 1회용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속편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재까지도 앨범을 내고 무려 투어(!)를 다니고 있는 행적을 발견... 웹사이트(http://www.leningradcowboys.fi/)에서 여성멤버가 합류한 세련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꾸준함을 당할 장사가 없는 것일까? 어쩌면 진정성의 시작이 꾸준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었던 건, 이 낯선 영화 속에서 발견한 의외의 인물.




은빛머리 휘날리는 자동차딜러, 짐 자무시 감독. 이미 <천국보다 낯선>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에게 맡겨진 대사는 너무나도 그다운 것이었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양파를 씹어먹는 밴드에게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사기를 치는 자동차딜러라니... 그의 유머는 이미 이 때부터 완성되고 있었나보다.

짐 자무시 : 3차 대전이 일어나도 끄떡없을 겁니다. 정말 끝내주는 차라구요.
밴드매니저 : 얼마요?
짐 자무시 : 700불에 드리죠.
밴드매니저 : 그게 우리 전재산인데.
짐 자무시 :그래서 그것만 받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