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Kentridge (윌리엄 켄트리지)

195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애니메이터.

평화롭게 어둠이 내려앉은 밤하늘엔 푸른 전파가 흘러다닌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마냥 요하네스버그를 꿰뚫고 지나가며, 어둠의 장막 안에 드리워진 죽음들을 들추어낸다. 방 안에 조용히 숨어있는 한 남자도 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망원경에 전파를 맞추기만 하면 상처로 얼룩진 대지를 바라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에겐 대지의 상흔을 마주할만한 용기가 없다. 두터운 외면의 벽을 억지로 뚫고 들어온 전파는 윌리엄 켄트리지의 가슴을 관통하며 물처럼 청명하면서도 허무한 핏속에서 차갑게 식어간다.

끔찍한 악몽과도 같은 과거의 유산. 윌리엄 켄트리지는 묘한 향수와 서정성이 깃든 영상으로 남아프리카의 과거를 이야기한다. 산업 식민지시대, 백인들의 낭만적인 음악은 <Magic Flute(마술피리), 2006>에서 군대의 확성기를 통해 스스로의 업적을 되새기고, 잔인한 폭력 아래 희생된 원주민들의 피는 <Felix in Exile(펠릭스의 유배), 1994>에서 산업발전을 위한 토대가 되어 아득히 잊혀져간다. 망루의 기둥처럼 몸에 아로새겨진 상처, 대지 곳곳에 스며든 핏빛 십자가. 과거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책임은 <History of the Main Complaint(불만의 역사), 1996>와 <Weighing... and Wanting(계량... 그리고 필요), 1997>로 이어지는 악몽으로 반복된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마치 강박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과거의 불행들을 파해친다. 그에게 예술이란 기억을 향해 날리는 총탄과도 같다. 작고 볼품없을지라도, 총탄이 박힌 기억에선 여전히 붉은 피가 생생하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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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Kentridge, Nose 30, 35.1 x 40.1cm, aquatint, drypoint, engraving, 2009
출처 : http://www.art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