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위키피디아


고생이 사람의 성격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행복은 어쩌다 그런 작용을 하는 수도 있지만, 불행은 대개 사람을 인색하고 집념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이 고작이다. - 서머셋 몸, <달과 6펜스> 중에서


17살짜리 한 소녀가 물에 빠져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도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술에 빠져 다른 남자의 품 속에서 뒹굴어대고, 얼마 안 되는 봉급으로 열심히 일해봤자 돌아오는 건 해고통지 뿐이다. 로제타에겐 자기를 꾸밀만한 시간도, 삶을 만들어갈만한 의지도 주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남야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과제가 된다.

그런 로제타에게도 호감을 갖고 춤을 청하는 한 남자가 생긴다. 그녀도 그의 친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도 그에게 친절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생존의 절박감에 사로잡힌 소녀에게 생활과 관계없는 것들은 사치에 불과했다. 누군가에게 믿음을 주거나,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들일만한 여유 따윈 없다. 아무 것도 없는 조그만 트레일러 안에서도 내다팔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봐야만 하고, 정말 당장의 식탁을 위해 낚시줄을 던져야만 한다. 침대 위에 누워 조그만 희망을 속삭이던 소녀에게 남은 건 비어버린 가스통 하나 뿐이었다.

네 이름은 로제타
내 이름은 로제타

넌 일자리를 구했어
난 일자리를 구했어

넌 친구가 생겼어
난 친구가 생겼어

넌 정상적인 삶을 산다
난 정상적인 삶을 산다

넌 시궁창을 벗어난다
난 시궁창을 벗어난다

잘 자
잘 자



199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