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를 굴리세요. 운도 곧 실력이랍니다. 독점만이 살 길, 힘들 땐 감옥으로.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 악몽과도 같은 중독성으로 저를 이끌었던 보드게임이 있었죠. 한 번 펼치면 기본 9~10시간, 지치면 자고 일어나서 또 다시. 보드게임계의 대부, <모노폴리(Monopoly)>는 정말 높은 명성만큼이나 때와 장소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답니다. 어렵지 않은 간단한 룰, 해도 해도 싫증날 줄 모르는 몰입감, 친한 친구이건 낯선 사람이건 누구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묘한 마력까지, <모노폴리>와 함께라면 어색하거나 지루한 시간 따윈 존재할 틈이 없었죠.





시작은 항상 공평하답니다. 누구나 1500달러를 가지고 시작하죠. 다양한 에디션이 있지만, <모노폴리>의 승리요건은 언제나 하나랍니다.  상대방을 파산시킬 것! 이를 위한 기본적인 룰을 바탕으로 에디션에 따라 특성에 맞는 옵션룰들이 양념처럼 더해지기도 하죠. 가령 사진으로 보이는 <반지의 제왕 에디션>의 경우에는 절대반지와 사우론의 눈이 주요한 변수가 된답니다~





출발점에 모인 참여자들. 주사위를 굴리기 전에는 마음이 무척이나 여유롭습니다. 그까짓 게임인데, 이기나 지나 어때, 즐기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여기 다양한 빛과 어둠의 사례들이 있습니다.


낭패사례(저주받은 주사위) : 출발하자마자 소득세란에 걸렸다. 200달러가 그냥 나가버린다. 계속해서 주사위는 주인없는 땅을 피해만 가고 있다. 미쳤구나 주사위! 감옥에도 2번이나 들락날락. 3턴을 쉴 수 없어 50달러를 내고 말았다. 세 바퀴를 돌았는데 손에 든 건 고작 2곳 뿐이라니. 저주 받은 주사위야 제발~






돈이 지출되기 시작하면 눈빛들이 달라져요. 아직 독점도, 건물도 지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내는 소박한 임대료마저 아깝답니다. 그래도 아직은 웃음을 잃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낭패사례(협상난국) : 분홍색 구역을 독점해야만 한다. 같은 색상을 모두 모아야 건물을 지을 수 있는데 큰 일이다. 나머지 한 곳을 가진 친구는 도통 협상에 응하려 들질 않는다. 우정도 소용 없다.  이미 빨간색 라인을 독점했다며, 2배로 얹어주는 웃돈에도 콧방귀를 뀐다. 들어오는 돈은 아직 10달러 단위인데, 나가는 돈은 벌써 100달러 단위다. 목소리가 점차 상기돼 간다.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무엇이든 독점되면 들어오는 수입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답니다. 독점이 이루어지고 건물들이 하나씩 올라가면,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독점하는 순간 기본임대료는 2배, 건물이 지어질 때마다 올라가는 금액은 식은 땀이 흐르네요. 20달러만 받던 곳에서 건물 하나 지었다고 100달러를 내놓으래요. 여유는 어느새 찾아볼 수가 없죠.


성공사례(하이웨이) : 유후~ 이제 남은 땅도 별로 없다. 계속해서 더블과 높은 숫자가 뜨는 주사위 덕분에 빠르게 출발선을 지나가고 있다. 페라리를 타는 기분이랄까. 착실하게 들어오는 월급 200달러로 계속해서 건물을 짓고 있다. 친구의 굳어가는 표정을 이해할 수 없다~ Why not?


낭패사례(단골고객) : 한 바퀴를 돌 때마다 꼭 친구가 가진 빨간색 부동산을 방문하곤 한다. 친구는 히죽히죽 웃으며, 단골 손님을 위해 건물을 하나 더 올린다. 아니나 다를까 또 들린다.  벌써 5번째. 이제는 300달러란다. 임대료를 건내주는 손이 미세하게 떨려간다. 너 떨고 있니?






<모노폴리>의 최대묘미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모기지예요. 급전이 필요할 때면 부동산증서를 뒤집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요. 돈이 남아돌 때보다는 부족할 때가 많기에 적절한 모기지는 적시의 투자나, 급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선택이기도 하답니다. 하지만 모기지를 받을 때엔 해당 지역에 있는 건물도 모두 처분해야 하고, 또한 임대료도 받을 수 없기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하나씩 하나씩 모기지로 해결하다 보면 다음 사진과 같은 끔찍한 풍경이 연출될 때도 있죠.






낭패사례(모기지 천국) : 이 꽉 깨물고 땅만 모으다보니 빚더미에 올랐다. 월급이나 이벤트로 받는 돈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질 않는다. 친구도 아닌 원수는 원하는 지역을 팔면 그래도 조금쯤은 선심을 쓸 수도 있다며 약한 마음을 유혹한다. 아무래도 팔고 싶진 않다. 마지막 보루마저 위험당하지만 견뎌야 한다. 하지만 하얗게 뒤덮인 부동산증서에 자꾸만 손톱을 깨물게 된다.






지독하게 주사위를 돌리다보면, 어느 순간 분위기가 일변할 때가 있어요. 게임이 어느덧 중반으로 들어섰다는 걸 모두들 느끼지요. 대개는 단순한 소액결제로 전반적인 흐름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던 기회 카드들도 가끔씩은 한순간에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때가 있어요. 가령 가끔씩 뜨는 "감옥행" 티켓은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빈자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답니다. 하지만 만약 감옥의 앞길이 다음 사진과 같다면, 쉬는 마음조차도 무거워지죠.






성공사례(자유로) : 감옥을 나오면 무조건 내 땅을 지나간다. 특히 감옥에서 6칸이나 8칸이 떨어져있는 주황색 지역은 정말 대박. 3 더블이나 4 더블로 나온 친구들에게서 받는 임대료가 무척이나 짭짤하다.


낭패사례(자유인) : 내 턴이 너무 빨리 돌아오는 것 같다. 감옥에 가서 쉬고만 싶은데 좀처럼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이해가지 않는다. 모처럼 방문한 감옥에서 주사위를 돌렸더니 첫 턴에 더블이 떠버렸다. 옆에서는 손뼉을 치며 '어쩜 저러니, 어쩜 저러니'라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살인충동에 휩싸인다.
이런 내가 감옥을 나와야 한다니 말도 안된다. 나 교화시켜줘!






어느 순간에도 게임을 포기할 순 없어요. 비록 수세에 몰려있더라도 부르마블의 서울이나 제주처럼 결정적인 한 방이 있다면, 아직 승산이 있어요. 위의 사진처럼 종종 나오는 초대장이 의외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답니다.






성공사례(인생역전) : 그렇게도 안 걸리던 파란색 지역에도 마침내 손님이 떴다. 역시나 인생은 한 방. 주여~ 차곡차곡 건물을 정리하는 친구의 표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


※ 또 다른 재미를 위해 : 기회카드를 직접 작성해보세요. 보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실 수 있답니다. 가령 저 같은 경우는 독점을 강요하거나 해체하는 이벤트를 만들어 판세를 한 방에 뒤집을 수 있게 했답니다. 모노폴리 기회카드 생성기를 이용하시면, 쉽사리 자기만의 추가카드를 만드실 수 있어요.









<모노폴리>엔 한 판 한 판마다 울고 웃는 드라마가 있답니다. 게임 속의 가상적인 지폐는 정말 진짜 돈처럼 여겨질 때가 많아요. 물론 일일히 계산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신용카드 버젼도 있지만, 지폐의 손맛은 한 번 만져보면 좀처럼 잊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고 또한 다양한 버젼의 에디션들이 있어, 취향에 따라 컬렉션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한 즐거움을 주죠. 전 심슨가족 에디션이나 스타워즈 에디션 등을 볼 때마다 강렬한 결제의 유혹을 느꼈어요. ㅎㅎ







어쨌든! 그런 <모노폴리>가 어느덧 75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네요. 1903년 독점의 폐해를 알리고자 했던 엘리자베스 매기(Elizabeth Magie) 여사에 의해 고안되어, 1924년 <지주게임(The Landlord's Game)>이라는 명칭으로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후, 1933년 대공황기에 실직 중이던 찰스 대로우(Charles Darrow)에 의해 <모노폴리>란 이름으로 개량되어, 마침내 1935 파커 브라더스(Parker Bothers)에 의해 전세계로 퍼져나가며 장대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죠. 이미 익히 알려졌다시피 어린 시절 많은 추억을 주었던 부루마블 원조이기도 하구요, 미국에선 1973년 이래로 개최되는 모노폴리 월드챔피온쉽이 ESPN을 통해 중계될 정도라고 하네요. 그런만큼 이번에 진행되는 모노폴리75주년 기념이벤트도 전 세계적으로 성대하게 진행되네요~


<모노폴리>의 지폐를 만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해봤을 만한 생각, '만약 저 돈이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주제를 가지고 하는 이벤트도 있으니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금도 걸렸답니다! + _ +


아~ 돈다발을 든 할아버지의 손끝이 무척이나 온화로워보이는군요. http://www.monopoly.com에서 75자로 짧게 답글만 남기면 응모완료랍니다~ 'Make it Real', 도전해보세요~ ㅎㅎ